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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는 '神의 대리인'..분단의땅·통곡의바다 어루만질까

김고금평| 대전 입력 2014. 06. 18. 05:19 수정 2014. 06. 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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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교황 프란치스코 방한]'아시아청년대회' 계기 방한..세월호·남북 메시지 기대감

[머니투데이 김고금평기자][[창간기획-교황 프란치스코 방한]'아시아청년대회' 계기 방한···세월호·남북 메시지 기대감]

'교황 프란치스코 그는 누구인가'(매튜 번슨 지음. 하양인 펴냄) 책표지

"교황이 세계청년대회(WYD)가 아닌 지금껏 한번도 방문하지 않은 아시아청년대회(AYD) 때문에 방한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계 분쟁 지역에 굵직한 평화 메시지를 전하는 교황에겐 어울리지 않는 행보다."

오는 8월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간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를 격려하기위해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25년 만에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예정된 동선'을 보면 '국제 평화 중재자'라는 호평어린 수식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교황의 주요 일정은 '아시아청년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 거행, 충남의 솔뫼와 해미성지,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 등이다. 마지막 날인 18일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미사를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행보다.

이에 대해 한국 가톨릭 평신도 단체인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이하 가톨릭행동)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이 좀 더 큰 화해와 위로의 시간으로 채워지길 기원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이를 영문 청원서로 만들어 교황청에 전달했다.

청원서에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유가족 등을 비롯해 위안부 할머니들, 한국전쟁 기간 학살 피해자들, 밀양 어르신들 등 역사의 아픔과 자본의 탐욕에 희생된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마지막 날 열리는 '한반도 평화 기원미사' 장소도 명동성당보다 임진각 등 의미 있는 곳에서 이뤄지길 청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교황의 방한 내용은 공식 일정을 제외하고 확실히 알려진 비공식 일정은 없다. 교황의 행보를 담당하는 청와대(경호), 외교부(의전), 문화체육관광부(행사) 등 정부측도 "교황 일정은 국의(정부)가 아닌 민의(천주교)에 따른 것이어서 우리가 조율할 수 있는 일정이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교황의 방한이 신자들의 집요한 청원과 요구에 의해 이뤄진 '기적'이었듯이, 교황이 비공식 일정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신도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교황의 기질을 고려하면, 방한에서 특별하고 감동적인 이벤트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기적'의 방한, '파격' 행보로 이어지나

교황의 한국 방문은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라자로) 주교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유 주교는 지난해 1월 로마 교황청을 방문, 국무부장 대주교를 만나 교황의 방한을 요청했고 그해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청년대회(WYD)에선 교황을 직접 만나 방한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확답을 얻지 못한 유 주교는 교황에게 서신 한 통을 보내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대전 교구는 한국 순교자의 3분의 1을 배출한 지역으로 이 대회 참석자들이 순교자들의 믿음과 삶을 본받는 은혜의 시간이 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서신을 우연히 보고 휴가를 반납하고 한국 방문을 결정했다.

천주교의 한 신부는 "전 세계 서신 중 교황이 읽고 (교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황이 한국에서 날아온 편지 한 통에 마음이 움직인 것처럼 방한 일정과 관련한 신도들의 '수정 요구'에 대한 교황의 파격적 반응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천주교의 한 신부는 "현재 많은 신도들이 세월호 참사와 남북한 평화 메시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교황청에서 이를 두고 아직 어떻게 할지 답변을 주지 않은 상태지만,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가장 파격적인 장면은 오는 8월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지난 달 중국 선양에서 북한 조선천주교협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교황이 직접 집전하는 평화기원 미사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북측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답변을 주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이 직접 집전하는 이 미사에 북한 관계자가 참석할 경우 한반도 평화 메시지가 적지 않은 울림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 교황, 종교 지도자의 탁월한 정치력에 대한 기대감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과 다른 점은 훌륭한 성직자의 면모를 보이면서도 탁월한 정치적 지도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위 직후부터 교황 전용 승용차대신 버스를 선택하고, 전용 관저대신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일은 물론, 소년원의 수감생들의 발을 직접 씻기는 등 파격 행보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아왔기 때문. '낮은 자세'로 '밑바닥 인생'과 직접 마주치며 몸소 실천하는 종교 지도자의 덕목을 갖춘 교황은 끊임없는 대중적 지지를 등에 업고 정치 지도자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탁월한 정치 협상력은 미국 국무장관도 실패한 중동 평화 협상의 물꼬를 트는 성과에서 또렷이 확인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일 로마 바티칸에서 이스라엘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무드 아바스 수반을 초청, 함께 평화 기도회를 열어 분쟁 지역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수완을 보였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평화 정착은 전쟁보다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감동적인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정치력을 겸비한 종교 지도자'로서 교황이 한국 방문에서 보일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천주교의 한 관계자는 "지구상에서 갈등과 분쟁이 최고조에 이른 지역에서 교황이 보여준 탁월한 평화 중재와 협상력은 이미 검증됐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황이 어떤 식으로든 커다란 그림을 들고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황이 그간 보여준 파격 행보에 비춰보면, 공식 방한 일정에도 임진각에서 전 세계를 향해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구체적 실천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 예정인 해미읍성 /사진제공=서산시

◇ 교황의 공식 일정과 후광 효과

8월 14일 입국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통령과 한국주교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15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대전교구민을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이어 이날 오후 5시 아시아청년대회와 한국청년대회가 열리는 솔뫼성지(충남 당진)를 찾아 청년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 생가터가 있는 곳으로 교황은 이 대회에 앞서 김대건 신부 생가터를 먼저 찾아 봉헌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16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박해 시기 때 순교한 124위에 대한 시복미사를 집전한 뒤 충북 음성의 꽃동네를 방문한다. 17일에는 수많은 순교자를 낸 충남 서산의 해미성지를 찾아 아시아주교들과의 면담과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한다. 충남도는 이번 교황의 방문이 전 세계 천주교 신자 및 일반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는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가 열리는 17일엔 총 6만 여명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도는 또 교황이 방문한 지역을 중심으로 천주교 성지를 잇는 순례길인 '충남의 산티아고길'을 조성해 명소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서산시도 2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교황방문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로마 근교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 별장에서 만난 장면. /사진=BBC 영상 캡쳐

[관련기사]☞ 교황방문, 의전 등 준비 어떻게 세분화하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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