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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이 나랑 무슨 상관?" 월드컵 응원잊은 2030, 왜?

이원광 기자 입력 2014. 06. 19. 06:01 수정 2014. 06. 1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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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기말고사 취업준비 부담, 세월호 추모도

[머니투데이 이원광기자][[2014 브라질 월드컵]기말고사 취업준비 부담, 세월호 추모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축구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의 응원전이 펼쳐질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빌딩에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News1 제공

#1

김모씨(32)는 '2002 한일 월드컵' 때부터 매번 월드컵 거리 응원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엔 불참할 예정이다. 김씨는 늦깎이 '취준생'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2009년 미국 주립대를 졸업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대기업 입사를 노리고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김씨는 "취업도 안되는데 '월드컵이 나와 무슨 상관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거리 응원을 포기했다.

#2

서울 소재 명문대 대학원에서 행정법을 전공하는 전모씨(28·여)에게도 이번 월드컵은 남의 잔치 같다. 전씨는 이번 기말고사에서만 논문 3개를 제출해야 한다. 전씨는 "기말고사 기간은 이번 주가 절정"이라며 "논문 하나 쓰려면 최소 일주일은 밤을 새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논문을 소홀히 하다 성적이 떨어지면 장학금을 못 받게 된다"며 "대학원생이 여유 있다는 얘기는 옛말"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거리 응원 규모가 과거에 비해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경찰은 18일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한국 축구 대표팀의 첫 경기 거리 응원전에는 전국 26개소 5만8000여명에서 참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에서는 광화문과 영동대로 등에서 4만여명이 응원에 나섰다. '2010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와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는 전국 100만여명의 인파가 거리 응원에 나선 바 있다.

이는 거리 응원의 주 연령층인 20~30세대가 거리 응원에 소극적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는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들 취업률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괜히 시간까지 낭비하며 월드컵을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기말고사 기간 중인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성균관대 총학 관계자는 "이번 주는 시험 기간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응원전을 열지 않고 2·3차전은 방학이라 현재까지는 응원전을 열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이번 거리 응원을 포기한 취업준비생 한모씨(29·여)는 "세월호 참사 후 시간이 많이 흘렀으나 정서적으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아이들은 희생됐는데 남의 나라에서 열리는 축제를 무작정 즐기기가 꺼려진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젊은 '붉은 악마'들의 거리 응원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포츠를 통해 얻는 보상보다 취업과 기말고사 성적 등 현실적인 요구가 큰 가운데 평가전에서의 저조한 성적까지 이어지면서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권해수 조선대 상담심리학부 교수는 "국민들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대표팀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과 동일시하며 '나의 응원으로 대표팀의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식의 성취감을 느꼈다"며 "좋은 성적이 예상될 때 '우리가 함께'라는 마음으로 거리 응원에 참여하고 현실에서의 답답한 마음도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조한 성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하반기 대기업 채용 규모도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얘기가 나오면 '너 여기서 뭐해'하는 죄책감이 들게 되며 현실에서의 시간을 내면서까지 응원을 하지 않게 된다"며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스포츠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이원광기자 dem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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