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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원고 생존학생.. 이러지 말아주세요"

입력 2014. 06. 22. 16:37 수정 2014. 06. 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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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호열 기자]

세월호 참사 사고현장에서 구조된 단원고 2학년 생존 학생들이 6월 25일 학교로 복귀할 예정이다. 사진은 학생들이 등교할 단원고등학교.

ⓒ 박호열

"대한민국의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들,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바라봐 주세요.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 참사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생존 학생들이 등교를 앞두고 자신들의 심정을 담아 쓴 편지의 일부다.

A4 용지에 '우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의 현재 상태를 쓴 이 글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간 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호소문에서 학생들은 "저희는 세월호 사고의 생존학생들"이라며 "사고가 일어난 지 두달이 넘은 지금 사람들은 이제 저희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 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들이 죄짓는 일 같다"고 현재의 심정을 밝혔다.

이어 "저희는 요즘 여러 감정들이 순간순간 한 번에 튀어나올 때가 많다"면서 "눈물을 쏟다가도 배를 잡고 웃을 때가 있고 갑자기 우울해졌다가도 금방 웃기도 한다"고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드러냈다.

학생들은 "혹시 거리에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저희를 보시더라도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며 "정말 괜찮아졌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바람도 밝혔다.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호소편지

세월호 참사 사고현장에서 구조된 단원고 2학년 생존 학생들이 학교 복귀를 앞두고 '우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라는 제목의 편지 글을 통해 자신들의 심정을 밝혔다. 위 글은 편지 글의 일부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캠쳐

이들은 "저희는 원래 생활을 되찾고 싶다. 원래의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 "괜찮냐고, 힘내라고, 고맙다고 아무것도 말하지도 묻지도 말아 달라.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시선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하루 빨리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가도 불쌍하게 쳐다보는 시선들 그리고 기자들, 어디를 가든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며 불안감을 토로하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들,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바라봐 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이어 학생들은 '우리가 학교에 돌아갈 때 두려운 것들'이라는 글을 통해 학교 복귀와 관련한 자신들의 심정을 밝혔다.

△교복, 2학년 이름표, 체육복 등 단원고 학생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 △버스나 영화관에서 쳐다보는 시선 △등·하교 때나 동네에 있을 때 사람들이 아는 척 하는 것 △기자들이 주변에 없고, 괴롭히면 쫓아줄 것 △웃고 싶을 때 오해할 것 같아 웃지 못하는 것 △부담스럽게 대해 주는 것 등을 꼽았다.

이 호소문이 올라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댓글에는 "조용히 응원만 할게", "힘내세요. 부디 꼭 이겨내세요. 그리고 정말 미안합니다.", "미안하다 아들과 딸들아, 이겨내길 조용히 기도하마", "기레기들부터 일단 치웁시다", "이해한다. 대신 어른으로 너희가 못하는 일을 하마" 등의 글을 올리며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단원고 학생 75명 중 73명은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받아 왔다. 나머지 2명은 학교에 복귀한 상태다.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그리며 애절한 사연이 가득한 낡은 리본이 바닷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 김종술

생존학생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

한편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으로 내려와 유가족, 생존 학생, 단원고 2학년 교사들을 상대로 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주)마인드프리즘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안산이야기 Ⅲ'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학년 생존 학생들의 근황을 소개했다.

정 박사는 이 글에서 "생존 학생들은 그동안 학교 인근의 연수원에서 부모님들과 함께 숙식하며 낮에는 연수원에서 학교생활을 해왔다"며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세상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그만큼 컸으나 많은 준비와 다짐 끝에 사흘 후 단원고로 모두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에 아이들은 '학교 들어갈 때 가장 두려운 것들'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눴다"며 "그 내용을 정리해서 자기들 마음을 전하는 글을 썼고 월요일(6월 23일)에는 학교 주변 상가나 버스 기사님 등 주변 어른들에게 유인물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 박사는 "단원고 1학년과 3학년 선후배들에게 보내는 글도 있다"면서 "내일(23일) 단원고 1, 3학년 모든 학급을 통해 2학년 생존 학생들의 글이 전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글들과 관련 "사고 이후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는 이 아이들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이 이 글을 쓰게 한 동력"이라며 "아직 세상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아이들이 함께 둘러앉아 수십 번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 글, 아이들의 불안이 배어있는 글"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박사는 "생존 학생들은 아직 친구와 친구 부모님들에 대한 죄의식, 하늘로 간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그 기억들 때문에 많이 힘들다"면서 "내일 배포되는 이 아이들의 편지를 한 문장, 한 단어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읽어 살아온 아이들을 다시 사지로 몰지 않는 사회, 최소한 그런 사회의 어른이 되길 두 손 모아 바란다"고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그래스루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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