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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총리 유임 배경] '신상털기' 청문 공세에 박근혜식 반격

입력 2014. 06. 27. 05:18 수정 2014. 06. 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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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대(大)개조'의 선봉장 찾기 작업은 결국 60일 만에 돌고 돌아 원점으로 회귀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에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 개혁, 인적 쇄신 의지도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한 총리 후보자 2명의 연쇄 낙마는 정국 혼란만 불러일으켰고, 박 대통령의 국정 구상에도 상처만 남겼다.

'실현 가능성 제로'로 여겨졌던 정홍원 총리의 유임은 박 대통령에겐 사실상 최후의 선택이었다. 사의를 표명한 총리를, 그것도 대통령 자신이 "세월호 수습 뒤 사표를 수리하겠다"며 사실상 경질을 예고했음에도 그대로 둔 것은 더 이상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게 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두 후보자 연쇄 중도하차 과정에서 불거진 야당의 '신상털기' 식 공세에 대한 반발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무리 새로운 인물을 찾아도 조그만 티끌까지 끄집어내 국회법이 보장한 인사청문회마저 열지 못하게 하는 야당의 행태에 대한 '의외의 반격'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아예 새 인물이 아닌 현재 총리를 2기 내각의 책임자로 밀고 나가겠다는 새로운 방식의 '정면 돌파' 포석이라는 것이다.

총리 교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국가 개조 수준의 대대적인 공직사회 개혁을 언급하면서였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총체적 무능을 보여준 1기 내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됐고, 정 총리는 사고 발생 11일 만인 4월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숙고 끝에 5월 22일 국정개혁 적임자로 안대희 전 후보자를 지명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이었다. 안 전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 끝에 6일 만에 하차했다. 이후 새로 지명된 문창극 전 후보자 역시 친일사관 논란을 빚은 교회강연 발언이 알려지면서 14일 만에 또 자진 사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결국 박 대통령은 추가로 새로운 인물을 지명해 여론 검증,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길 기대하는 것보다 정 총리를 유임시키는 쪽이 위험 부담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처럼 '신상털기'와 '여론몰이' 식으로 진행되는 인사청문 시스템에선 어떤 인물이 나와도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그 결과 고육지책으로 정 총리 유임 선택까지 갔다는 것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6일 기자들에게 "(정 총리) 유임 결정의 기본 취지는 국정공백 최소화, 국정운영 효율화인데 이것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청문회가 열리기까지 당사자가 반론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심적 괴로움 등을 생각하다 보니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지난 24일 문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 직후 정 총리 유임 기류 쪽으로 방향이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도덕성은 물론 뛰어난 국정수행 능력, 강력한 개혁 의지 등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인사는 당초부터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 전 후보자가 임명되기 전에도 여러 명에 대해 총리직을 제안하거나 검증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본인이 고사하거나 크고 작은 흠결이 발견돼 후보 대상자에서 배제됐다.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 등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인사들 역시 검증 과정에서 대부분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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