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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자발찌 차고 몹쓸짓..'제2의 서진환' 공포

입력 2014. 07. 02. 06:04 수정 2014. 07. 0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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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만 30명 적발.. 범죄 무방비이동경로 실시간 모니터링 그쳐

지난 5월2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한 어린이공원 놀이터에서 전자발찌 착용자 한모(67)씨가 A(11)양을 성추행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A양과 함께 있던 친구들이 다가가자 한씨는 유유히 자리를 떴고 대담하게도 다음 날 또 같은 곳에 나타났다가 잠복 중인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경찰 조사결과 한씨는 수일 전부터 이곳을 드나들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에는 경기 의정부시 한 초등학교 앞에서 전자발찌를 찬 김모(47)씨가 B(6)양을 성추행한 뒤 달아났다가 4개월이 지난 뒤 검거됐다. 한씨도, 김씨도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범행에 거리낌이 없었다.

검찰은 최근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를 성범죄범과 강력범에서 상습강도범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말이면 전자발찌범은 현재의 두 배가량인 3000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전자발찌범이 학교 주변 등 안전지역을 활보하며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지만 이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경보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를 늘리기에 앞서 재범을 막을 예방체계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29일 법무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성범죄를 저질러 법원으로부터 전자발찌 착용명령을 받은 대상자는 2008년 151명, 2009년 127명, 2010년 393명, 2011년 932명, 2012년 1032명, 지난해 1711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 중 70명이 전자발찌를 찬 상태로 성범죄를 저질렀고, 특히 지난 한 해에만 30명이 적발됐다. 전자발찌 착용자 증가와 비례해 이들의 성범죄도 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전자발찌범들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관리가 범죄 예방이 아닌 사후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서울중앙관제센터와 대전관제센터 등 2곳에서 전자발찌범의 장치가 훼손돼 경보가 발생하면 담당 보호관찰관에게 통보된다. 전담 직원 149명이 전자발찌범 1885명의 이동경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전자발찌가 훼손되지 않는 이상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지 알 수 없다.

전자발찌범 관리 문제는 이미 수년 전에 불거졌다. 2012년 전자발찌를 찬 상태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고 무참하게 살해한 서진환 사건 이후 이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찰은 2012년 말 전자발찌범이 학교안전지역(학교 주변 200m)에 접근하면 이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이렇다 할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범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등 우려가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전자발찌 착용 대상을 늘리면서 사실상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하고 있으면서도 '잠재적 범죄자 낙인'을 이유로 경찰과의 범죄 예방 공조에 나서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담당인력이 부족한 법무부에서는 전자발찌범의 위치 및 이동경로 등 정보를 경찰과 실시간으로 공유해 재범을 막아야 한다"며 "전자발찌의 기능을 개선해 범죄 징후 등을 파악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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