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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요" 한마디 못해.. 성폭행-노예살이 '슬픈 17만명'

입력 2014. 07. 04. 03:10 수정 2014. 07. 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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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적장애인의 날]
여전히 짓밟히는 그들의 인권

[동아일보]

7월4일은 지적장애인의 날

"'삼촌'이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강원 양양군에 살고 있던 지적장애 2급 A 씨(24·여)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이모 씨(50)와 최모 씨(75)가 집을 방문할 때면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축산업을 하는 A 씨의 아버지와 20년 전부터 알고 지냈던 축산업자 이 씨와 최 씨를 A 씨는 '삼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들은 A 씨의 아버지가 2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추악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A 씨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과자 등 간식거리로 A 씨를 유인해 자택 근처, 축사 등지에서 몹쓸 짓을 일삼았다. 하지만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A 씨는 "다른 사람한테는 이 일을 발설하지 말라"는 이들의 말만 듣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함께 살고 있던 A 씨의 어머니도 역시 3급 지적장애인이어서 이들의 범죄는 계속됐다. A 씨의 배는 점점 불러왔고 결국 5월 원하지 않는 출산을 했다.

4일은 '지적장애인의 날'. 올해로 제정 10회째를 맞는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의 실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는 약 17만 명의 지적장애인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일반인들과 동화되지 못한 채 남성은 노동력 착취, 여성은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주위의 시선도 곱지 않아 피해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A 씨의 사례는 지적장애인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품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 자매 가운데 막내 A 씨와 첫째가 성폭행을 당한 사실은 근처 교회 담임목사인 강모 씨(여)와 신도들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그전까지 같이 살고 있던 동네 이웃들과 군청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고 이웃 주민들과 지적장애인들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존재했다.

강 목사는 "지적장애인들은 이웃에 사는 일반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생활하면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가 구조한 A 씨의 세 자매와 어머니는 현재 근처 공장에 취직해 일도 하고 교회도 매주 나오고 있다. 강 목사의 바람은 지역 단위에서 지적장애인들과 일반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그는 "이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적장애인들을 무조건 시설에 가둬 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하지만 군청이나 정부에서는 건물을 세우고 사회복지사를 기용하는 재단이나 법인에만 자금 지원을 하고 나머지 일에는 손을 뗀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에 개인 및 재단이 세운 지적장애인 시설에 보건복지부에서는 기능보강비를, 지자체에서는 시설운영비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78개 지적장애인 시설 중 50개 시설에 약 19억8400만 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81개 시설에 79억6900만 원의 예산이 지원될 예정. 그러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시설운영비를 통합 관리하는 곳은 없어 지적장애인 관련 지원금이 유용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는 "각 구에서 알아서 지적장애인 시설운영비를 집행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올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 있는 A사회복지법인의 국가 보조금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를 적발하고 현 이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지적장애인들의 피해가 계속되는 원인 중 하나다.

3급 지적장애를 안고 태어난 이모 씨(50)는 10대 시절 아버지가 새엄마를 맞이하는 바람에 집안에서 한순간에 눈엣가시가 됐다. 가출 후 노숙을 하던 그는 2005년부터 9년 동안 전남 완도군의 한 염전에서 일을 했지만 근로계약서가 없었고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박은진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적장애인들은 상황 판단력과 자기 보호 능력이 떨어져 타인에게 이용당하기 쉽고 사람들에게 속기 쉽다"고 말했다. 박수인 전남장애인인권센터 팀장은 "경찰과 검찰에서 지적장애인들을 조사할 때는 일반인과 똑같은 방법과 질문지가 아닌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에 맞춘 방법으로 진술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지적장애 ::

지적장애는 대개 언어·인지·학습기능 발달의 지연으로 실제 생활에서의 능력 부족과 적응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통상적인 기준으로 지능지수(IQ)가 70 이하며 기능적인 장애를 수반한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배준우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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