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앙일보

유년시절로의 시간 여행..라오스는 지금

김경빈 입력 2014.07.22. 11:36 수정 2014.07.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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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나라 라오스

'백만마리 코끼리의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라오스. 태국과 베트남은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이지만 그 두 나라 사이에 끼어있는 라오스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1946년 프랑스에서 독립 한 뒤 내전에 시달리다 1975년에야 라오인민민주공화국이 들어 서 개발도, 개방도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 보다 많이 늦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라오스가 2008년 뉴욕 타임즈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선정되면서 배낭여행자들이 하나 둘 씩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여행자들이 몰려들어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가던 우리나라에서 슬로시티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라오스는 나라전체가 슬로우 컨트리다. 아침이면 '꼬끼오~ 꼬꼬' 수탉의 홰치는 소리에 눈을 뜨고, 강가에서 물장구치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있는 곳. 마치 내가 유년 시절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곳. 그곳이 라오스다.

흐르는 강물처럼…방비엥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100km 떨어진 방비엥은 우리나라의 면 소재지 정도 크기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뾰족뾰족 솟은 카르스트 지형의 산봉우리들이 중국의 꾸이린(桂林)을 닮아 작은 계림이라고도 불린다. 구름이 산봉우리들에 모자를 씌었다, 허리를 감았다 희롱하고, 산 아래 넓은 초원과 쏭강 주변으로 호텔과 방갈로 들이 늘어서 있다. 마을 곳곳에는 음식점과 바, 관광 안내소, 마사지 샵, 편의점 등이 들어 차 있다.

이곳은 계곡을 흐르는 강과 곳곳에 위치한 동굴들이 많아 동굴탐험, 트랙킹, 카약, 튜빙 등 레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시내곳곳에 위치한 관광안내소를 찾아 오전 오후 나눠서 두 가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점심까지 포함된 가격이 15$에 불과하다. 그 중 큐빙(동굴탐험)과 카약킹에 도전해 본다. 방비엥에서 카약을 실은 트럭에 몸을 싣고 북쪽으로 25km를 올라가니 탐남(Tham Nam)동굴이 나온다. 이 수중동굴은 입구가 낮아 서서 들어갈 순 없다. 튜브에 몸을 맡기고 헤드랜턴과 안내줄에 의지해 어두컴컴한 동굴을 튜브를 타고 가다보면 으스스한 기분이 꼭 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해드랜턴 불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종유석을 보노라면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이 절로 난다.

큐빙을 마치고 야외에 마련된 식당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과일로 배를 채우고 쏭강에 배를 띄운다. 처음 해보는 카약이지만 어렵지 않게 배와 한 몸이 될 수 있다. 다른 팀들과 앞서거니 뒷 서거니 경주하는 재미도 좋다. 튜브 위에서 선탠을 즐기며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맞기고 내려오는 여행자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한 시간 쯤 내려오다 피곤해 질 때 쯤 마음에 드는 강변 카페가 보이면 손만 들면 된다.

강가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주인이 던져준 밧줄을 잡고 카페에 들어서면 그곳엔 또 다른 별세계가 펼쳐져 있다. 시원한 라오맥주 한잔 마시고 신나게 춤을 추는 여행자들, 물이 뿜어져 나오는 농구코트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더위를 식히는 젊은이들, 해먹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보며 공상을 즐기는 중년의 부부까지, 선계를 연상케 한다. 밤이 되면 여행자들이 마을 곳곳에 있는 바에 모여들어 수다를 떨고 맥주를 마시며 파티를 즐긴다. 무엇이라도 해 볼 수 있는 권리,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이곳에선 모두가 자유다. 바쁘게 왔다가는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들과는 달리 이곳엔 몇 달씩 묵고 있는 여행자들이 대부분이다.

욕망마져 내려놓게 되는 곳…루앙프라방

방비엥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7시간을 달리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적으로 지정된 라오스 제2의 도시 루앙프라방에 도착한다. 18세기까지 라오스의 수도였던 이 도시는 프랑스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프랑스풍의 건물과 수많은 사원들로 이국적이면서도 경건함을 간직하고 있다.

매일 아침 동이 틀 무렵이면 시내곳곳에 산재해 있는 60여개의 사원에서 주황색 가사를 걸친 스님 수백여 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탁발이 시작되는 거리로 들어서자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자리를 깔고 무릎을 꿇고 앉아 스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스님들은 맨발로 줄을 맞춰 마을을 돌며 하루 먹을거리를 공양 받는다. 스님들이 바리때의 뚜껑을 열면 시주들은 미리 준비한 찹쌀밥과 과자, 과일 등을 넣어준다.

기도를 하듯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찹쌀밥을 뭉쳐 두 손으로 정성껏 바리때에 음식물을 넣어 주는 모습이 거룩하기까지 하다. 공양을 체험하고 싶으면 노점상들에게서 밥이나 바나나를 사서 같이 참여할 수도 있다. 국민의 90%가 불교를 믿는 라오스에서 스님들에게 탁발은 꼭 지켜야 할 규율 중 하나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군대를 가듯이 라오스 남자 대부분이 출가를 한다. 2~3년씩 하기도 하고 짧게는 두 달이라도 꼭 한단다. 그래서인지 이제 중학생이나 되어 보이는 앳된 스님에게 시주하는 중년여인의 모습에서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와 같은 애틋함도 묻어난다.

행렬의 장엄함은 보는 이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공양 받은 음식 중 일부를 가난한 소수민족 어린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다. 가사 한 벌에 바리때 하나, 철저히 무소유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난 참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탁발 행렬이 지나가고 나자 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온다.

새벽 탁발 행렬을 본 후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왓 시앵통 사원을 찾았다. 1560년에 만들어진 세 겹 지붕의 이 사원은 붉은색과 금색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루앙프라방에는 메콩 강 크루즈와 팍우 동굴, 반상하이 마을을 돌아보는 투어 패키지 외에 정글 트레킹, 래프팅, 코끼리 타기 등의 체험을 엮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천연 석회암 지형 폭포인 쾅시폭포에서 신비한 물빛에 몸을 담궈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루앙프라방에 머물다 보면 모든 욕망은 덧없어진다. 사원으로 가 명상에 잠기고, 메콩강가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사색에 빠져도 좋다. 루앙프라방은 그냥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도시다.

여행메모

- 인천에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까지 진에어와 라오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4시간 30분 소요. 베트남과 태국을 경유해 갈 수도 있다.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까지 항공편이 연결된다. 라오스는 15일까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 통화는 킵(KIP)을 사용. 1달러에 8,000킵 정도.

라오마사지 1시간에 5~6만 킵. 쌀국수는 1만 5천킵 정도로 물가가 환상적으로 싸다. 숙박요금은 2~3만 킵이면 강가의 방갈로에서 잘 수 있다. 방비엥까지 가는 VIP 버스요금은 5만킵.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버스 요금은 9만 킵 정도 한다. VIP 버스와 승합차가 있는데 승합차가 악간 싸다.

- 비엔티안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이 있어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언어는 라오어를 쓰나 비엔티안과 방비엥, 루앙프라방의 호텔, 관광안내소 등에선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사진설명]

1.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탓 루앙사원의 와불. 이곳에선 불교의 나라답게 매년 11월이면 루앙 축제가 열린다.

2. 방비엥의 아침풍경. 쏭강 뒤로 뾰족뾰족한 봉우리들이 중국의 꾸이린(桂林)을 연상 시킨다.

3. 학생들이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들고 자전거로 등교하고 있다.

4. 방비엥의 다양한 레포츠 중 가장 인기 있는 튜빙. 튜브를 타고 내려오며 선탠과 수영을 즐긴다.

5. 강변 카페의 모습. 여행자들이 물이 뿜어져 나오는 농구코트에서 더위를 식히며 농구를 즐기고 있다.

6. 루앙프라방의 탁발. 매일 아침 동이 틀 때면 시내 곳곳의 사원에서 스님들이 나와 탁발을 시작한다.

7. 시주들이 맨발에 무릎을 꿇고 앉아 스님들의 바리때에 음식물을 넣어주고 있다.

8. 루앙프라방은 1353년부터 18세기까지 라오스의 수도였다. 루앙프라방의 옛 영화(榮華)를 보여 주는 곳이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왓 시앵통 사원.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의 하나로 꼽힌다.

9. 루앙프라방에서 꼭 들려야 할 곳이 야시장이다. 수 공예품을 잘 고르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건질 수 있다. 야시장에서 잠이 든 어린아이의 모습.

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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