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일보

[단독] 곡물자급률 세계 최하위권.. '식량 속국위기' 대응전략 시급

입력 2014. 07. 28. 05:52 수정 2014. 07. 28. 05:52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식량안보지수 109개국 중 25위 그쳐

폭염·가뭄·홍수 등 기후변화가 농산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쌀을 제외한 콩,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에겐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피해는 식량안보에 직격탄이다. 1980년 한국은 여름 냉해로 쌀 생산량이 급감하자 쌀 구하기에 혈안이 됐다. 당시 쌀 생산량은 355만t으로 전년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정부는 국제 곡물 메이저회사에 매달려 쌀을 구했는데, 그 가격은 국제 시세의 2.5배인 t당 500달러였다. 그나마 당시엔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식량을 구해올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돈을 주고도 식량을 확보하기 힘들 가능성도 있다. 식량이 무기화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식량안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뚝뚝 떨어지는 자급률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89.2%, 식량 자급률은 47.2%, 곡물 자급률은 23.1%이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곡물 자급률이다. 식량 자급률은 사람이 먹는 식용 곡물의 국내 소비량 중 국내 생산량을 말한다. 곡물 자급률은 여기에 소, 돼지 등이 먹는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된다. 식생활 습관이 서구식으로 변해 육류 소비가 늘다 보니 곡물 자급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1990년 43.1%에서 2000년 29.7%로 하락한 뒤 2012년에는 23.6%, 지난해는 23.1%로 추락하고 있다. 주식으로 먹는 쌀 역시 자급률이 하락하고 있다. 그동안 100% 내외의 자급률을 보이던 쌀은 2011년 83.3%, 2012년 86.1% 등을 기록했다. 국내 쌀 생산량만으로는 국민이 소비할 양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나마 쌀은 나은 편이다. 나머지 곡물의 자급률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미국 농무부의 추정 자료에 따르면 세계 130여개국 중 한국의 밀·콩·옥수수 등 3대 곡물 자급률은 2013년 기준 1.6%로 하위 16번째에 불과했다.

자급률이 이렇게 하락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 정부는 2011년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한 장기 계획'을 발표할 당시 2015, 2020년까지 곡물 자급률을 각각 30%, 32%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식량안보 문제를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다면서 곡물 자급률을 2017년까지 30%로 높이고, 2022년에는 32%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정부 임기 말인 2017년에 맞추겠다는 이유만으로 2년을 늦춘 것이다.

◆식품안전 분야 점수 하락

영국의 경제정보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식량안보지수를 지표별로 보면 식품의 품질·안전 분야가 77.1점으로 25위였고, 식량 공급능력(67.4점)은 27위, 식량 구입능력(78.0)은 28위였다. 식품 품질·안전 분야는 지난해 78.1점보다 1점 떨어져 두 계단 하락했다. 식량 공급 및 구입 능력은 각각 1.3점, 2.6점 올라 한 계단씩 순위가 상승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불량식품을 '4대악' 중 하나로 규정해 각종 정책을 펴고 있지만 오히려 품질·안전 분야의 점수가 떨어졌다.

28개 세부지표를 보면 식품 품질·안전 분야에서는 음식 섭취 다양성이 0.7점 떨어진 62.5점을 기록했고, 음식 안전성 역시 92.7점으로 지난해보다 5.8점이나 떨어졌다. 음용수 접근성은 96.4점에서 83.0점으로 13.4점이나 하락했다. 구입 능력에서는 농산물 수입 관세율이 지난해 26.8점에서 21.4점으로 5.4점 떨어졌고, 공급 능력에서는 농업 기술개발(R & D) 공공지출은 0점을 기록해 저조했다. 반면 세계 빈곤선 이하의 인구 비중, 식품 안전망 프로그램 존재 여부, 농가의 금융 접근성, 영양 기준 등 4항목에선 100점을 기록했다.

◆자급률 반영하면 식량안보 더 심각

곡물 자급률과 국가별 특성을 고려하면 한국의 식량안보 수준은 더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식량안보 지표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식량안보 지표를 토대로 2012년 기준으로 평가한 한국의 식량안보 수준은 G20(주요20개국)에서 유럽연합(EU)을 제외한 19개국 중 하위권인 16위였다. 연구원은 가용성, 접근성, 안전성 및 영양 3개 분야 19개 세부지표를 선정해 평가했다. 연구원은 EIU의 식량안보지수와 비교해 국가별 곡물 자급 상황과 국제 곡물수급 여건에 대한 수입국의 민감도 등을 추가로 반영했다.

분석 결과, 호주가 100점 만점에 78.7점으로 1위였고 캐나다(66.5)와 미국(60.3) 등이 뒤를 이었다. 인도네시아가 26.8점으로 식량안보 수준이 가장 떨어졌고, 인도(28.7)가 18위, 멕시코(31.5)가 17위였고 한국은 32.2점이었다. 연구원 관계자는 "국가의 식량안보 상태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식량안보 지수를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