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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펼쳐진 화천 성희롱 피해 여군 중위 일기장

입력 2014. 08. 14. 18:32 수정 2014. 08. 1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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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미련 묻어나..자살 나흘 전 결심한 산행이 마지막 길

(화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여기만 아니면, 이 사람만 아니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쓸데없는 미련일까"

4년 전 강원 화천의 전방부대에서 상관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한 심모(당시 25) 중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일기에는 삶에 대한 미련이 진하게 묻어난다.

심 중위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나흘 전인 2010년 3월 16일 오후 자신의 일기장에 "이번 주 토요일(20일)에 두류산에 등산을 가 볼 생각이다. 목청껏 소리질러보고 싶다. 소리지른 만큼 자신감이 무럭무럭 컸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심 중위는 정작 당일인 20일 오후 1시 30분께 부대 인근의 야산에서 군화 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스스로 다짐처럼 목청껏 소리지르고 자신감을 얻고자 등산복을 차려입고 찾아간 산행은 결국 심 중위의 마지막 여정이 됐다.

사망 직후 군 헌병대는 심 중위가 당시 부대 내 병사였던 남자친구와의 이성 문제로 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심 중위의 어머니 강모(56)씨는 애지중지 키운 딸이 '이성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군 헌병대의 수사 결과를 믿지 않았다.

강씨는 심 중위가 휴가 때마다 찾아와 부대 상관인 A(45) 소령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심 중위의 유서나 다름없는 일기장에는 상관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했다는 게 어머니 강씨의 주장이다.

특히 심 중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나흘 전 자신의 일기에 '(2009년) 8월부터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오르막길은 언제 오는 것인가요'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강씨는 "2009년 8월은 딸이 A 소령으로부터 휴대전화 전원도 꺼둔 채 단둘이 밤을 지새우도록 강요받은 날로 추정된다"며 "이 사실을 나중에 딸이 울면서 토로했는데 군 헌병대 조사에서는 모두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심 중위는 "참자. 엄마를 봐서라도 참자", "춘천 ○○ 부대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래서 장기 복무 연장을 신청하는 이유도 있다"며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날 밤 일기장에는 "부대장이 퇴근해도 바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과장한테 가서도 한 시간 이상 정신 교육을 또 받고 시작하게 되니까. 아마도 오늘 안으로 집에 가기는 글렀다"는 체념한 듯한 메모를 남겼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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