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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녀 단속도 과제"..정치인·공직자 부모 수난 시대

조성현 기자 입력 2014. 08. 18. 09:18 수정 2014. 08. 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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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인 남경필 경기지사의 장남이 후임병을 폭행한 혐의로 군 헌병대에 입건됐습니다.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후임병 한 명을 여러차례 폭행했고, 다른 후임병에 대해선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13일 이런 사실을 통보받았고, 어제(17일) 이 사실이 알려지자 페이스북과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남 지사는 "군에 아들을 보낸 아버지로서 모든 것은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이라며 "아들은 법에 따라 응당한 처벌받을 것"고 말했지만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올들어 선거판에선 유난히 '자녀'들이 '아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몽준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들을 '미개하다'고 표현한 재수생 막내 아들의 페이스북 글이 문제가 돼 역풍을 맞았습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선 고승덕 후보는 전처와 사이에 낳은 딸의 '폭탄선언'으로 '아버지 노릇 내팽개쳤다'라는 오명을 쓰고 선거에 고배를 마셨습니다. 발목을 잡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아들, 박광온 새정치연합 의원의 딸은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으로 아버지의 당선에 힘을 보탰습니다.

정관계를 떠나 경제계로 눈을 돌리면 '자녀' 말썽에 함께 눈물 흘린 부자 부자(富者 父子)들도 눈에 띕니다. 맞고 들어온 아들을 위해 가죽장갑 끼고 보복 폭행에 나섰다가 경찰서 유치장 신세까지 진 대기업 회장이나, 난폭한 운전으로 길가던 운전자와 시비가 붙어 싸움박질을 벌였다가 입건된 대기업 3세 등 가문의 재산과 지위와 위세가 그 도덕성까지 담보하지는 않음을 보여준 사례들이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는 정치인 당사자의 이력 관리나 몸가짐 단속 뿐만 아니라 자녀 간수가 큰 숙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주요 보직에 오르려는 공직자나,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설화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아예 가족의 SNS 사용을 중단하도록 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파급력이 큰 SNS 특성상 괜한 시비를 낳으면 시쳇말로 '한방에 훅' 갈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 뿐만 아니라 자녀와 가족 등의 처신도 돌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누구처럼 도움까지는 바라지 않고 사고만 치지 않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기도 합니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성어를 귀에 닳도록 접하는 한국 사회에선 자녀의 부덕은 곧 부모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남 지사는 수두룩한 고위공직자, 정치인들의 병역면제 속에서 두 아들을 모두 군에 보내고 나름 '공직자'로서의 자기 관리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자부했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력에 작지 않은 '흠결'을 안게 됐습니다. 헌법이 '연좌제'를 금지하는 이상, 아들의 잘못을 아버지가 떠안고 법적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솥밥 먹고 아들을 가르쳐온 아버지로서의 도덕적 책임까지는 피할 수 없습니다. 바야흐로, 200여개가 넘는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검증 체크리스트에, 자녀의 '인성'이나 '사고 여부'까지도 넣어야 하는 건 아닌지, 잇단 자녀들의 일탈에 정치인, 공직자 부모들의 가슴이 서늘해질 듯 합니다.조성현 기자 eyebro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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