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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깨물고 목덜미 핥고 허벅지에 성기 그림까지..

유동근 기자 입력 2014. 08. 21. 04:53 수정 2014. 08. 21.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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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軍 성추행·가혹행위 백태

육군은 김요환 참모총장의 '반(反)인권 범죄 발생 시 부대 해체' 경고에 맞춰 병영 안에서 벌어진 각종 성추행과 가혹행위 사례를 20일 발표했다. 일부 병사들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성폭력과 고문 수준의 학대에 시달리고 있었다.

군의 또 다른 약자인 여성 부사관의 처지도 다르지 않았다. 육군 여성 부사관 100명 중 47명은 "성적 괴롭힘을 당했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들 중 20명은 가해자로 영관급 장교를 지목했다. 가해자 중엔 장성급 장교가 13명이나 포함돼 있다.

◇"성기 만지고, 목 조르고, 입안에 벌레 넣고"…軍 성추행·가혹행위 백태=육군은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이후 실시한 부대 정밀 점검과 설문조사, 면담 등에서 드러난 성추행 및 가혹행위를 공개했다.

강원도 양양 모 부대에 근무 중인 모 일병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손과 발로 후임 일병의 성기를 건드리고 만졌다. 강원도 화천의 한 부대에서는 일병 3명이 두 달 동안 후임 일병 7명에게 볼에 입을 맞추고 귀를 깨물고 목덜미를 핥는 등 약 30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가 적발됐다. 경기도 파주의 부대 2곳에서도 4월부터 8월까지 병장과 상병이 후임 6명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추행을 하고 '임무수행이 미흡하다'며 폭행을 가했다.

구시대적인 얼차려와 가혹행위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화천의 모 부대에서는 4월부터 7월까지 한 상병이 후임 4명을 폭행하고 폐냉장고에 가두기까지 했다. 학군단 소속 교관 2명은 6∼7월 실시된 하계 입영훈련 중 학군후보생 30명의 상체를 발로 차고 팬티 차림으로 포복하기, '머리박기' 등을 시켰다. 경기도 포천의 모 부대에서는 상병이 후임 2명에게 '근무요령을 숙지하지 않았다'며 대검으로 신체 일부를 찌르고 때린 뒤 파리를 잡아 일병의 입에 넣었다. 안전벨트로 목을 조르고 유성 펜으로 허벅지에 성기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괴롭힘 사례도 밝혀졌다. 중사가 '훈련 중 험한 길로 이동하게 했다'며 상관인 중대장에 공포탄 5발을 발사한 엽기적인 일도 있다.

육군 관계자는 "참모총장 특별지시로 구타·가혹행위·성추행 등을 근절하기 위한 장병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관계 투영된 부대 내 성폭력…"주로 남군 중령이 여군 하사 괴롭혀"=군인권센터는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 주최로 열린 '군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에서 육군 여성 부사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적 괴롭힘'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조사에서 '성적 괴롭힘'은 "성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성희롱을 하거나 성추행, 성폭력 등 원치 않는 성적인 접촉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설문조사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실시됐다. 성적 괴롭힘을 직접 당했다고 응답한 여군이 19명, 동료 부대원이 당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여군이 28명이었다. 53명은 군대 내 성적 괴롭힘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영관급 비율이 42.5%로 가장 높았다. 20명이 영관급 장교에게 성추행을 당했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는데 중령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장성의 경우 소장 6명을 포함해 13명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영관급 장교와 장성급 장교의 비율을 합치면 전체 가해자의 약 70%에 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성적 괴롭힘이 철저하게 위계질서와 권력관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계급은 부사관부터 영관급까지 골고루 분포됐다. 부사관 중에는 하사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대응한 경우는 17명에 불과했다. "대응해도 소용없고,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크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실제 군이 공개한 '성범죄 현황' 자료를 분석하면 2011∼2013년 성범죄로 수사 받은 장교는 92명이었고 이 중 70% 이상이 강간·강제추행 등의 혐의였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전무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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