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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검찰, 누가 믿겠나

조원일 장재진 입력 2014. 08. 23. 04:43 수정 2014. 08. 23.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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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성접대·해결사 검사 이어 음란행위 지검장까지 사회적 쇼크

경찰 "CCTV 속 인물 김수창 맞다" 金측 "인정한다… 치료 잘 받겠다"

김수창(52ㆍ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이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에 대한 불신이 번지고 있다. 22일 경찰은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에 찍힌 남성이 김 전 지검장이 맞다고 발표하고, 김 전 지검장측도 "수사결과를 인정하고 사죄드린다, 치료를 잘 받겠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최근 업무 관련 비리 외에도 성추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로부터 10억원의 뇌물을 챙긴 김광준 전 검사나 최근 피살된 재력가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A 검사 등 금품수수 비위에만 그치지 않았다. 피의자와 뇌물성 성관계를 가진 전재몽 전 검사,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에 연루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피의자로 만난 연예인 에이미를 위해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한 전승철 전 검사 등 성추문은 검찰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김 전 지검장은 김광준 전 검사를 수사한 특임검사였다.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가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일탈이라고는 해도 이 같은 비정상적인 검사가 고위직을 유지했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그동안 이런 검사들에게 독점적 기소권을 부여하고 범죄 척결을 맡겨왔느냐"는 불신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적으로 성범죄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겠느냐는 것이다.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성폭력 피해 여성이 신고를 하고 조사를 받을 때 결국 그 사건을 지휘하는 사람이 검사인데 검찰 내에 성폭력 가해 우려가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피해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런 검사들은) 가해자에게는 '남자니까 어쩔 수 없는 욕구 아니겠느냐'며 관대하고 여성에게는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하라고 할 공산이 크다"며 "지검장이 이렇다면 이하 부장급이나 평검사들도 영향을 받고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신진희 성폭력 피해자 전담 변호사도 "성범죄 피해자들이 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으로 끝나 검찰을 불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건으로 검사와 가해자랑 별 다를 게 없다는 불신이 확산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검장에 대해 징계절차를 밟지 않고 서둘러 사표를 수리한 검찰과 법무부의 대처 역시 불신과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툭하면 엄정한 법 집행 운운하면서 칼날을 들이대고는 결국 제 식구 감싸면서 징계ㆍ파면 절차도 밟지 않고 연금, 퇴직금 다 챙겨 준 것"이라며 "그런 검찰이 법정에서 영이 서겠냐"고 지적했다. 시민 이상철(50?경기 고양시)씨는 "김 전 지검장의 문제가 개인적 일탈이라 해도 엄연한 범죄 혐의자를 감찰도 하지 않고 사표를 받아준 순간 검찰의 조직적 일탈과 범죄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병이든 범죄든 김 전 지검장의 일탈이 수십년 검찰에 몸담았던 동안 걸러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변호사는 "일각에서는 김 전 지검장이 성 도착증 등 병 때문에 그랬다고 하고 검찰도 그냥 수긍하는 분위기 인 것 같다"면서 "결국 왜곡된 성인식을 가진 병자를 걸러내지 못한 인사시스템의 구멍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직장 여성 김모(45)씨는 "(김 전 지검장 같은) 일탈적 인성을 가진 사람을 조직에서 스크리닝하지 못한 것이 검찰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장재진기자 blanc@hk.co.kr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의혹을 인정했다. 사진은 2012년, 김광준 전 검사의 뇌물 의혹을 수사하던 김수창 당시 특임검사가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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