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를 어떡할까요?

2014. 8. 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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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짜리 초등학생 3명이 20대 장애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 모두에게 가정에서 잘 타이르고, 보호관찰관에게 감독을 받으라는 처분 만 내렸습니다.

이들은 14살 미만으로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촉법소년이기 때문입니다.

촉 법소년 범죄는 연평균 1만건에 이르고 그중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가 3백~4백 건을 차지할 정도로 점점 그 횟수와 정도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나 그 가족을 포함 해 보다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촉법소년의 연령을 현행 14세보다 더 낮추기 위한 법안도 제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어린 아이들을 범 죄로 내몬 사회의 책임이 더 중하다며 이들의 미래를 고려한 보호, 선도장치가 마련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580은 소년범죄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논의가 어디까지 왔는 지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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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밤.

빗 속에 승용차 한 대가 시내를 질주합니다.

정지 신호도 무시하고,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까지..

경찰과 1시간 넘게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 변창섭 / 마산중부경찰서 교통관리계 ▶

"우리 차 같은 경우는 140km까지 밟았으니까 순찰차는 180정도 밟고. 지구대 차들은 무전이 막 들리더라고. 너무 빨라서 추격이 안 되겠다."

도주 차량은 순찰차 세 대를 들이받고 멈췄습니다.

범인은 13살 정모군.

아파트 단지에 세워져있던 승용차를 훔친 건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정 군은 지난 6일과 8일에도 승용차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혔지만 매번 풀려났습니다.

정 군의 나이가 13살,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였기 때문입니다.

14살 미만의 청소년은 죄를 지어도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법에서 이들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대신 보호하고 교화하도록 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아이들을 '촉법 소년'이라고 합니다.

청소년 범죄는 날이 갈수록 그 도가 심해지고 있는데,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처벌을 안 받아도 되는 건지, 촉법 소년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지난해 3월.

강원도 원주의 초등학생 김 모 군 등 세 명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지적장애 2급 여성 23살 원 모씨를 인적이 드문 공사장으로 끌고갔습니다.

이들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 원 씨를 차례로 성폭행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음란 동영상을 틀어놓고 그대로 따라한 겁니다.

◀ 안경옥 소장 / 원주성폭력상담소 ▶

"알고봤더니 얘네들이 음란물에 되게 노출이 되어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니까 얼마나 봤니, 했더니 수시로, 셀 수도 없이 많이 봤더라고요. (범행이) 어른들이 하는 성관계를 그대로 한 상황이기 때문에 음란물을 통해서 다 배웠던 걸로.."

동갑내기 이들의 나이는 모두 만 11살.

법원은 이들에게 가정과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지도를 받는 보호처분을 내렸고, 두 시간의 성교육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범죄인지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없었다고 합니다.

◀ 안경옥 소장 / 원주성폭력상담소 ▶

"교육 받으러 왔는데 되게 들떠 있고 기분이 좋아서 왔더라고요. 한 친구가 얘기를 하다 어 잠깐만요 이러는거에요. 흥분이 돼서 발기가 된다고..주르륵 또 화장실 갔다오고 이러는거에요. "

이런 상태에서 김 군 등은 그대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해당 학교나 교육청에선 법으로도 처벌하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해 무슨 처분을 하겠냐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 원주교육지원청 관계자 ▶

"우리 학생이 5학년짜리가 가해자인 경우는 우리도 들어본 적도 없고 매뉴얼도 없고. 글자 그대로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소년원 붙잡혀 가기 전에는 방법이 없는거에요."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범행수법은 점점 흉포해지는 추세입니다.

14세 미만 촉법 소년 범죄는 지난해 9928건 등 지난 3년 간 연평균 1만 건.

이 가운데 살인 강간 강도 등 강력 범죄 건수는 2011년 363건, 지난해엔 413건이었습니다.

◀ 김승혜 부장 / 청소년폭력예방재단 ▶

"비행이나 문제가 잔인해지고 수법이 어른들을 많이 따라하고 이런것들은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신체발육은 좋아졌지만 심리정서적으로는 훨씬 더 보호를 많이 받고 어떨 때는 과잉보호도 받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본인이 혼자 처리할 수 없는, 그런 능력이 부재하거나.."

비행과 관련된 정보에 더 일찍, 더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 김승혜 부장 / 청소년폭력예방재단 ▶

"예전에는 아이들이 소위 좀 순수했죠. 오는 문화도 그랬고,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되게 많습니다. 스마트폰이든 인터넷이든 매체의 발달도 있고."

피해자 입장에선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3년 전, 중학교 1학년 딸이 또래 남학생 16명으로부터 끔찍한 일을 당한 A씨.

딸은 5개월에 걸쳐 학교 안과 밖에서 수시로 맞았고, 수십 차례 집단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가해학생들은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딸을 협박했습니다.

성인 범죄자 못지 않은 범행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A씨가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16명 가운데 두 명만 소년원에 가고 나머지는 교육과 사회봉사 처분을 받았습니다.

당시 가해자들이 모두 13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였습니다.

◀ 피해 학생 아버지 ▶

"가서 교육받고 사회봉사. 부모 밑에서 교육 받는 게 그게 처벌이 아니잖아요. 정말 얘네들이 큰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아야되는데.."

3년이 지난 지금, 피해 여학생은 외국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반면 가해자들은 다른 동네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보호처분이 그 아이의 장래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소년법 조항에 따라 이들의 범행이 전과로 기록되지 않는 것도 피해자 측에선 불만입니다.

◀ 피해 학생 아버지 ▶

"지금 호적에 아무것도, 깨끗하니까 얘들이 그러니까 더 떳떳하게 다니는거죠. 이 동네만 떠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아무리 13세 미만이라도 엄청 큰 범죄를 저질렀는데 아무것도 아닌 선한 양처럼 다닌다는 게.."

전문가들도 범행 이후 처벌이든 교육이든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 것이 소년범들을 재범으로 이끌 여지가 있다는데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 오윤성 교수 / 순천향대 법정학부 ▶

"보호처분이라고 하는 가벼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본인이 어떤 행위한 대가를 받지 않을 수 있다라고 믿기 때문에 더욱 더 행동이 과격해지고, 죄질도 잔혹해지고, 상습화되고 그런 결과를 초래한다.."

성인 범죄와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소년 범죄에 대해선 강력하게 처벌하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흉악범이었던 어린 아이는 없습니다.

대부분이 처음엔 집을 나오고, 학교에서 말썽피우는 걸로 시작해서 아무도 나무라지도 신경쓰지도 않는 사이 잘못을 반복하고, 범죄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촉법 소년이 흉악범이 되기 전에 이들을 잡아줄 장치는 없을까요.

부산 만덕동의 한 가정집.

앳된 얼굴의 남학생들이 춤 연습에 한창입니다.

평범해보이지만, 이런 저런 범행으로 보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들입니다.

절도, 무면허 운전, 폭력 등 이유는 제각각.

◀ 이 모 군 / 보호처분 청소년 ▶

"차가 깜빡이가 켜져있는거에요. 그래서 문 열여봤는데 안에 키도 꼽혀져 있고. 그래서 그거 타고 운전했어요. (그럼 차 훔친거잖아) 네."

부모의 보호를 받으라는 처분을 받았지만 아버지는 연락 두절, 어머니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대안 가정, 즉 '사법형 그룹홈'으로 왔습니다.

바로잡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이들이 결국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걸 보고, 한 목사 부부가 소년범들의 보호자를 자처해 자기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 양동헌 목사 / 사법형 그룹홈 운영 ▶

"결손 가정 아이들이 많이 있고요. 또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까 그런데 아이들이 유혹이 많지 않나..아이들이 비행이 낮다고 해서 집으로 돌려보내면 또다시 부모의 폭력이나 무관심 속에서 자라면 또다시 비행이 될텐데.."

사법형 그룹홈 아이들은 생계형 범죄로 시작해 여기까지 온 경우가 많습니다.

◀ 박 모군 / 보호처분 청소년 ▶

"저희 집 부모님도 없고 형도 이제 군대 가고 그러니까 저 혼자잖아요. 배가 너무 고픈거에요. 그래서 친구랑 있는데, 편의점 들어가서 빵 한개를 훔쳤어요. 저는 그냥 망 봐주고 그랬거든요."

집도 학교도 자신을 보호해주거나 보살펴주는 곳이 아닌 아이들은 더 어릴 때 가출하고, 더 쉽게 범죄에 노출됩니다.

◀ 유 모양 / 보호처분 청소년 ▶

"아빠가 가정 폭력이 심해서 엄마를 술 마실 때마다 때리고, 거의 돈 문제로 많이 싸웠거든요. 제가 남자친구랑 가출을 해서 차를 타고 특수 절도하고 사기를 쳤어요. 아무생각 없이 나가서 돈 없어도 괜찮겠지, 이러면서.."

그룹홈에서 양 씨 부부는 자신의 딸들과 보호 소년들을 남매처럼 키웁니다.

집 안에선 스마트폰과 TV 금지.

대신 동생들과 놀아주면 용돈도 줍니다.

잘 하면 칭찬받고 잘못하면 혼나는 것 자체가 처음인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경험한 것 만으로도 조금은 달라집니다.

◀ 박 모군 / 보호처분 소년 ▶

"전에는 이대로 살면 진짜 안 되겠다, 망하겠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안정적이니까 생활이..공부하고 싶어요 갑자기."

실제로 사법형 그룹홈을 거친 아이들의 재범률은 소년원을 갔다온 아이들의 절반이 채 안됩니다.

사법형 그룹홈이 만들어진 건 불과 4년 전.

부산가정법원 소년부의 천종호 판사가 처음으로 마련했습니다.

촉법 소년일 때 그냥 풀려났다가 이후 수십 건의 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재판정에 서는 아이들을 보면서였습니다.

◀ 천종호 판사 / 부산지방법원 ▶

"아이들은 혼자 두면 절대로 자기 스스로 돌아오기 힘든 아이들이거든요. 쇠는 뜨거울 때 두들기라고, 나이가 어릴 때 조기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18세 19세 되어버리면요 교화 가능성이 아주 낮아지거든요."

현재 전국의 사법형 그룹홈은 14개.

사법부에서 아이 한 명당 40만 원씩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해 운영자들이 자비를 털어넣고 있습니다.

◀ 양동헌 소장 / 사법형 그룹홈 운영 ▶

"지금 좀 많은 인원수가 있지만 사실은 더 들어와야되는데 줄을 서고 있다라고 볼 수 있거든요. 더 좋은 환경으로 옮기려고 지금 수개월 동안 알아보고했지만 건물도 구하기 힘들고.."

나이가 어리다고 처벌 대신 보호 처분을 하면서 정작 보호하는 장치는 전혀 없는 셈입니다.

◀ 천종호 판사 / 부산지방법원 ▶

"비행 청소년들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 투명 인간처럼 취급해요. 아예 눈에 안 나타났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많이 생각하시죠. 이 아이들도 변화 가능성이 있고 정을 주면 일반 아이들과 똑같은 아이들이라는 걸 잘 인식을 안 하고 계시죠."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 해엔 촉법소년의 연령을 14살에서 12살로 낮추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촉법 소년 연령은 영국과 독일 만 18세, 스위스와 덴마크 만 15세 등에 비하면 세계적으로 이미 낮은 수준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촉법 소년의 범행 이후 청소년 전담 부서나 기관에서 각종 교화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체제를 갖췄지만,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는 풀어놓고, 아이들이 잘못을 깨달을 기회도 주지 않고 다시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방치하는 셈입니다.

◀ 김승혜 부장 / 청소년폭력예방재단 ▶

"우리는 촉법소년 아이들이 소위 훈방이나 기소유예를 했을 때 아무 관리가 없는거죠.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에게 각각 필요한 교육이나 치료가 들어와서 본인 일상으로 가야만 범죄의 악순환이나 2,3차적인 피해나 가해가 발생 안 할거다."

처벌을 강화하면 당장 범죄율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처벌이 세져도 지금처럼 이들을 방치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범죄자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큽니다.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 번 지은 죄가 더 큰 범죄로 이어지지 않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은 그래서 더 시간을 다투는 일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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