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성매매특별법 10년] ④ 집창촌 여성들의 '성매매 인식'

최창현 2014. 9. 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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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최창현 기자 =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자 남성들의 저항이 극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까지 음성적이긴 하지만 잘 누려오던 성매수 행위가 어느 날 갑자기 '사회적 범죄'로 바뀌어 정부가 일벌백계 하겠다고 나서니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팽배했다.

기자가 성매매특별법 10년이라는 기획을 구상한 뒤 취재 중 만난 성노동자권리모임 한 관계자는 "기사를 너무 편향되게 쓰면 안된다. 정작 성노동자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성노동을 반대하는 여성단체만 대변하는 내용은 더 더욱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어떤 산업이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착취구조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산업 자체를 불법화하고 탄압하지는 않는다"며 "실제 일을 하고 있는 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라"고 이 관계자는 당부했다.

그러면서 "성노동에 무조건 반대하는 내용은 성노동자의 실상을 왜곡하고 낙인을 찍게될 뿐"이라며 "당장이라도 당사자(성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라"는 말을 거듭했다.

대구지역 성매매 문제를 중심으로 4회에 걸쳐 '커피숍보다 많은 성매매업소(뉴시스 9월2일자 보도)' '탈출구 없는 성매매업소 여성들(뉴시스 9월3일자 보도)' '대구의 대표 전통형 집결지(집창촌) 자갈마당(뉴시스 9월3일자 보도)'에 이어, 마지막으로 집결지 여성들의 '성매매 인식'을 다루고 해결책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

"집창촌이 없어지면 성범죄가 늘어나기 때문에 집창촌은 필요악과 같은 것이다. 남자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보다 성을 매수하도록 하는 게 더 낫지 않냐"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돼도 '남성들의 성욕은 조절할 수 없다'는 불가피성을 어느정도 용납하게 된다.

실제로 대구여성인권센터에서 상담한 한 성노동자 여성은 "성매매 여성들이 있어야 성범죄가 조금이라도 예방될 수 있다고 본다"며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 때문에 성매매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담자는 "성매매를 없애면 성범죄가 난무해 무서운 세상이 될 것 같다"며 "특히 결혼을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데 성욕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할 경우 성범죄를 저지르기 쉽기 때문에 성매매여성들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성노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상담소를 찾으면서 성매매의 불법성을 알게 됐다는 또다른 여성은 "생활정보광고를 통해 10대 후반 처음 성매매업소를 찾아왔다. 돈의 힘을 느꼈고 돈 자체가 성매매이다.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고 나를 함부로 대하는 남성들을 가만히 두고 싶지 않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밖에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구매자가 있으니 하는 거다. 불법적인 유흥이 단속으로 없어지면 성폭행이 더 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성매수가 합법화 돼야 한다든가 그런 것은 아니고…성구매자가 있으니 성매매자가 있는 건 당연하지…강간하고 성폭행하는 것보다 돈을 주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식의 답변과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는 상담자(성노동자)가 다수였다.

성매매에도 수요(남성의 욕구)와 공급(여성의 몸)이란 시장의 룰이 작용해 여성이나 남성 어느 한 쪽만으로는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 일차적으로 성을 매수하기 위해 업소를 찿는 구매자가 있고 수요에 맞춰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공급하는 여성과 이런 거래를 중개하는 구조화된 성매매알선시스템이 삼각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남성들의 욕구를 중심으로 여성을 상품화 해 시장에 공급해 돈을 벌어들이는 냉혹한 자본주의의 법칙이 작동하는 것이다 .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은 확산됐지만 집결지 단속에 대한 풍선효과로 성매매는 더욱 은밀하게, 변종의 형태로 성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성매매가 불법이긴 해도 범죄라는 인식은 부족해 '단속만 피하면 된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하다는 점이다.

성 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진화하고 있다.

시대에 맞춰 생겨나는 신종 서비스도 다양하고 변화의 속도도 거침없다.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어떤 성적 서비스든 그 본질은 여성을 상품으로 소비하는 것이며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이란 사실이다.

성매매 특별법과 함께 여러 법적 장치가 도입되고 효과를 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성매매가 일상적 공간에 침투하는 걸 막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행정과 연계한 주민운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성매매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공간도 지역민의 의지만 있으면 앞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매매나 그 유사행위는 엄연한 범죄행위이며 그런 범죄가 자신의 주거공간 부근에서 버젓이 이뤄지는 걸 그저 바라보며 지나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끝-

ch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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