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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20대 여성은 왜 구글 임원을 살해했을까..섹스 산업 허브된 실리콘밸리

주영재 기자 입력 2014. 09. 07. 08:29 수정 2014. 09. 0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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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20대 여성은 왜 구글 임원을 살해했을까. 지난 7월 알릭스 티셀먼(26)이라는 성매매 여성이 살인 혐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 고등법원에 출석하면서 실리콘밸리가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가 살해한 사람이 구글 임원 포레스트 하이에스(51)였기 때문이다. 티셀먼은 지난해 11월 하이에스에게 마약을 과다복용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경찰은 티셀먼이 하이에스 외에 다른 사람도 살해했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미국 경찰은 지난해 9월 심장마비로 숨진 애틀랜타의 콘서터홀 소유주 딘 리오펠의 사망과 티셀먼의 관계에 대해 지난달부터 재조사를 시작했다. 리오펠은 티셀먼의 고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티셀먼의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해진 것은 있다. 실리콘밸리에 섹스산업이 번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돈을 벌려는 성노동자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다." USA투데이는 이번 사건이 벌어진 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가 섹스 산업의 허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던 지난 수년간 실리콘밸리의 성노동자들도 호황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9일 알릭스 티셀먼이라는 성매매 여성이 살인 혐의로 캘리포니아 주 산타크루즈 고등법원에 출석해 변호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티셀먼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고객이었던 구글 임원 포레스트 하이에스(51)에게 마약을 과다복용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디펜던트기사캡쳐(http://www.independent.co.uk/news/world/americas/death-in-the-valley-of-the-dolls-heroin-overdose-turns-the-spotlight-on-prostitution-boom-in-californias-tech-industry-9602446.html#)

■'섹스밸리' 오명 쓴 실리콘밸리

첨단 기술 산업이 실리콘밸리의 양지를 차지한다면, 수십년째 음지에서 실리콘밸리와 함께 한 것은 섹스 산업이었다. 미국에서 닷컴붐이 일던 지난 1997년 현지 언론 '산 호세 머큐리'는 "돈 많은 독신 남성들로 가득한" 실리콘밸리가 섹스 산업의 주요 고객이 됐다고 보도했다.

CNN은 실리콘밸리의 섹스 산업은 '섹스밸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시 큐라는 가명을 쓰는 28세의 성노동자는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이곳의 남부에 실리콘밸리가 있다)에서 'IT 고객'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노동자 사이에서도 고수익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한 성노동자는 부유한 젊은 남성 고객들에게 성을 제공한 대가로 지난 10년간 해마다 약 100만달러(약 10억원)의 수입을 벌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성매매 산업은 나름 유서가 깊다. 과거 서부 개척 시대 금맥을 찾기 위해 곡괭이를 들고 나섰던 '골드러시'와 역사가 닿아있다. 성노동자 인권활동가이기도 한 큐는 "많은 젊은 남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서부로 올 때마다 성노동자들도 이들의 뒤를 따랐다"고 전했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던 실리콘밸리의 섹스 산업은 지난 7월 티셀먼이 살인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 고등법원에 출석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역 경찰은 티셀먼이 한 차례의 성매매 대가로 1000달러(약 100만원)를 받는 '고급 매춘부'이며 하이에스와 지속적인 성매매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전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직장내 성비 불균형이 원인

큐는 자신의 고객들이 21~61세 사이로 신생 기업들의 젊은 창업주들과 고위 임원들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그들은 모두 강도높은 업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휴식을 원했다.

큐는 "고객들이 나에게 돈을 주면서 갖길 원하는 것은 휴대전화를 모두 끄고 누군가의 주식이 떨어지거나 오르거나 아무런 상관 없이 2~3시간 동안 방해 받지 않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많은 돈을 번 사교성 부족한 전문직 남성들이 외로움을 이기고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성매매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직장 내 성비 불균형이 정상적인 이성 교제를 가로막았을 가능성도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다양성 보고서'에서 직원의 31%가 여성이며, 91%가 백인 혹은 아시아계라고 밝혔다.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한 나머지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실리콘밸리의 여성 직원 비율은 낮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성차별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사업가는 "실리콘밸리는 군기지와 같다"며 "민간인 여성은 극소수인데 반해 돈은 매우 많다"고 말했다.

■기술이 섹스 산업 번창시켜

정보기술 산업의 중심지답게 섹스 산업도 첨단의 길을 걷고 있다. 온라인 성매매 알선 서비스는 성매매 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티셀먼과 하이에스를 연결시켜준 것도 온라인 성매매 알선 사이트인 'SeekingArrangement'였다.

온라인 성매매 알선 서비스는 고객들이 좀더 은밀하고 안전하게 성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성매매 여성들에게도 체포되거나 범죄의 대상이 될 위험을 낮췄다. 고객들은 게시판에 자신이 받은 '서비스'의 리뷰를 올리거나 어떤 성매매 여성이 좋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온라인 성매매 중계 사이트인 'Preferred411.com'은 자사를 "평균 이상의 성인들과 교재하는 데 있어 가장 안전한 경험을 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한 선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괌과 워싱턴DC 등 미 전역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에스코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사이트는 연간 129달러의 회비를 납부해야 이용할 수 있다.

성매매의 경제적 측면을 연구해온 베일러 대학의 스코트 커닝햄 교수는 "인터넷이 성매매를 매우 효율적으로 만들었다"며 "길거리와 홍등가에서 이뤄지던 성매매를 집안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커닝햄 교수는 "인터넷이 나오기 전에는 고객들은 어디서 매춘부를 찾아야 할 지 몰랐고, 매춘부도 어디서 고객을 찾아야 할 지 몰랐다"며 "경제적 의미에서 생각하면, 인터넷은 시장의 거래 비용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탐색 비용을 낮춰 '거래량'을 늘리고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는 뜻이다.

■위기 놓인 '섹스밸리'

섹스밸리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미 수사 당국이 본격적으로 온라인 성매매 알선 사이트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10년간 인터넷으로 성매매를 알선해온 'MyRedbook'을 폐쇄했다. MyRedbook'은 에스코트 서비스와 스트립 클럽의 리뷰, 성매매 여성들의 사진과 '섹스 서비스 메뉴'를 올려놓고 VIP회원들을 모집했다.

'MyRedbook'은 미 서부 지역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은 온라인 성매매 알선 사이트였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무료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끌었다. 이는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성매매 여성들도 잠재적 고객들을 선별하고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은 이 사이트 운영자들로부터 수익금 540만달러를 압수했다. 단속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MyRedbook'의 빈자리를 다른 온라인 사이트들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MyRedbook'의 폐쇄로 이전과 같은 '안전한' 거래는 어려워졌다. 성노동자로 일하다 동성애자 포르노 회사에서 에스코트와 미디어 매니저로 활동했던 키티 스트리커는 "FBI가 MyRedbook을 폐쇄하면서 성노동자들은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며 "고객들이 이제 FBI를 두려워하고 우리 광고를 볼 수 없게 되면서 실리콘밸리의 붐이 성노동자들에게까지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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