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소득불평등 맨얼굴 국제DB 통해 첫 공개

이경원 기자 입력 2014. 9. 12. 04:04 수정 2014. 9. 1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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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4.87% 차지 '세계 2위'

대한민국 소득불평등의 민낯이 세계에 공개됐다. 11일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세계 상위소득 데이터베이스(The World Top Incomes Database, 이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계층 소득점유율 등 관련 통계가 지난 2일 정식으로 등록됐다. 국세청 납세 자료를 기반으로 한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김종일 교수의 '한국의 고소득층' 논문(국민일보 6월 10일자 14면 보도)이 공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해 소득·세제 관련 동향을 발표해 왔다. 하지만 OECD 회원국임에도 유독 한국의 자료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아 연구 대상에서 비켜나 있었다. 지난 4월 30일 OECD가 주요 1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OECD 회원국들의 최상위 소득과 세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할 때에도 상위계층의 소득점유율을 확실히 구하기 어려웠던 한국의 내용은 빠져 있었다.

데이터베이스의 특징은 소득을 축소 신고하면 불법을 무릅써야 하는 조세 통계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활용해 소득분배의 실상을 조명한 대표적 경제학자로는 '21세기 자본론'으로 유명세를 얻은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 교수가 있다. 김낙년 교수 등의 연구도 가계조사가 아닌 국세청 납세자료를 활용한 데이터였기에 고소득층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새 척도로 살펴본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2012년 말 현재 한국의 소득 상위 1% 인구는 전체 소득의 12.23%를, 상위 10% 인구는 전체의 44.87%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9개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따져볼 때 상위 1% 기준에서는 3위, 상위 10%에서는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집중도다. 이 수치들이 한국보다 심각한 국가는 영국과 미국뿐이다.

김낙년 교수는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수준이 압도적인 '아웃라이어'(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치)로 나타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계청이 파악한 소득불평등 지표는 소득을 적게 보고해도 제재가 불가능해 불확실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판단이었다. 전통적 척도인 지니계수로 측정한 한국의 소득불평등 정도는 2012년 현재 OECD 34개 회원국 중 평균 수준인 18위다. 김 교수의 진단에 비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소득불평등 심화가 계속되며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종일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사회경제평론'에 기고한 글에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윤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부자감세가 이뤄져 상위계층에 소득이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재벌 세습자본주의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초우량 대기업과 초대형 부자가 쑥쑥 튀어나오는 미국 경제와 사뭇 다르다"고 비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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