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이 무슨 버스 운전.." 시내버스 채용 차별 논란

오형주 입력 2014. 9. 17. 03:31 수정 2014. 9. 1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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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버스회사 상당수 배우자 없다며 불합격 처리 동거 확인까지..편견 심각

[ 오형주 기자 ] 서울의 일부 버스회사가 배우자 없는 여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운전사로 채용하지 않아 남녀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서울 버스회사 중 상당수가 여성 지원자에게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요구한 뒤 배우자가 없거나 이혼 경력이 있으면 불합격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의 가정을 방문해 남편이 실제 동거하는지를 확인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경력 때문에 번번이 채용 문턱에서 좌절한 김모씨는 "배우자 없이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라는 사실이 운전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버스업계는 운전은 힘든 일인 데다 가정이 없으면 책임감이 약해 그만두는 경우가 잦다는 이유로 남성과 기혼자를 더 우대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이혼을 이유로 일터를 잃은 여성 운전기사도 있다. 지난해까지 강서구의 한 버스회사에서 일하던 박모씨는 이혼녀라는 이유로 직장을 잃었다. 평소 동료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해왔다는 박씨는 "오히려 내가 남성 동료를 성추행했다는 회사 측 주장에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은 버스업계에 깊게 뿌리내린 편견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남성이 대다수인 조직에 배우자 없는 여성이 들어오면 분위기를 해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강남의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수년 전 '돌싱' 여성 운전기사를 놓고 대여섯명의 남성 동료가 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며 "그 다음부턴 아예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 지원자의 이혼경력까지 따지는 버스업계의 채용 관행으로 여성 운전기사 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6월 기준 서울 시내버스 운전사 1만6951명 중 여성은 335명(약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308명, 약 1.9%)과 비교해도 큰 변화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더라도 각 버스회사는 민간기업인 만큼 채용에 개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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