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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도 넘었다" 발언 직후 전담팀 신설한 검찰

김청환 입력 2014. 09. 19. 04:46 수정 2014. 09. 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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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명예훼손 엄벌".. 정치적 배경 있나

"정부정책 비판 처벌 도구로 사용" 표현의 자유 침해 악용 소지 우려

회사원 김모씨 등 3명은 지난 4월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정치인 박모씨가 선박운행 관련 법안 개정에 제동을 걸고 늑장처리를 방치해 세월호 참사에서 수많은 죽음을 초래했고, 석사논문도 표절했다'는 글을 올렸다. 박씨는 김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진정했고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의류사업가인 이모씨는 2010년 3월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자신이 지분투자한 의류업체 J사의 공금 46억원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소하고 인터넷신문에 제보했지만, 수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해 7월 이씨 등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이 같은 사이버상의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모욕 등)와 관련해 18일 법무부 지시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중대사범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구속 수사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사이버명예훼손 엄단 지시가 내려온 시기가 공교롭다. 박 대통령은 16일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 등을 겨냥해 "대통령을 모독하는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이 같은 방침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배경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임정혁 대검찰청 차장검사 주재로 대검 청사에서 열린 회의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포털업체 간부 등이 참석했다. 대검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은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우리 사회에 꾸준히 증가돼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유관기관 간 정례회의 및 수시회의를 통해 주요 허위사실 유포 범죄 발생시 대응책과 기관별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신설해, 사이버 수사경험이 풍부한 검사 5명과 수사관 등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검 사이버범죄수사단 등에서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 사범을 상시 적발하고 관련 명예훼손 사범은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기고 실형선고를 유도하기로 했다. 중대 허위사실을 유포해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대립을 유도한 경우에는 구속 수사하고, 게시물을 전달해 확산에 기여한 사람에 대해서도 최초 게시자에 준해 엄벌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고소 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사회갈등과 대립을 조장한 글을 적발하고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현행법으로 근거 없는 말을 한다고 처벌할 수는 없으며 결국 친고죄인 모욕죄보다 명예훼손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되면 정부비판을 하는 국민들이나 정치인을 처벌하는 도구로 사용돼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에 박 대통령의 사생활 관련 유언비어 유포가 문제되니 이런 것을 바로 들고 나온 것 아니겠나"라며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거나 못미더워하는 시민과 정치인을 제거하는 도구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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