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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사라진 7시간' 번역한 기자까지 조사 나선 검찰

정희완 기자 입력 2014. 09. 21. 22:11 수정 2014. 09. 2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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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 '뉴스프로' 게재 인물 실존 여부 파악 못해실제 소속 기자 자택 압수수색.. "언론에 재갈 물리기"

검찰이 외신을 번역해서 국내에 소개하는 인터넷 언론 '뉴스프로'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뉴스프로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의혹을 다룬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를 번역·게재했다. 뉴스프로는 검찰이 외신 기사를 번역만 한 기자를 처벌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수봉 부장검사)는 뉴스프로 소속 기자로 알려진 전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19일 검사와 수사관 등을 경북 칠곡 전씨 자택으로 보내 전씨의 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이 작성한 기사를 번역해 게재한 뉴스프로 소속 민모 기자의 신원과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이뤄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뒤 전씨를 참고인 조사하면서 민 기자의 신원과 연락처, 소재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 기자는 지난달 4일 산케이신문의 기사를 번역해 '산케이, 박 사라진 7시간, 사생활 상대는 정윤회?'라는 제목의 기사로 올렸다. 지난 8월 보수단체 독도사랑회 등은 가토 지국장과 함께 민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그러나 민 기자라는 인물이 실제 존재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뉴스프로는 지난 3월 해외의 한인 시민단체인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 네트워크'(정상추)가 만든 인터넷 언론이다. 서버도 해외에 있다. 검찰은 아이디 '정상추'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민 기자의 기사를 그대로 올린 사실을 파악하고 인터넷주소(IP)를 추적했다. 그 결과 해당 글이 전씨 집에서 올라온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프로는 19일자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에 대한 어떠한 법적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고, 산케이신문의 기사를 가장 먼저 국내에 소개한 조갑제씨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정부가 이중적 잣대로 이번 사건을 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현 정권이 통제하지 못하는 외신을 한국으로 소개하는 정상추와 뉴스프로에 제재를 가해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번역본 또한 하나의 생산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공익성 등 위법을 상쇄할 수 있는 사유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수사가 정부에 부담스러운 외신 기사를 번역해 게재하는 뉴스프로와 이를 인터넷 게시판 등에 퍼나른 '정상추' 전반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검찰은 지난 18일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을 단속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설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이버 단속을 강조한 지 이틀 만에 나온 조치다. 정부가 검찰권을 남용해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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