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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10년, 그후] 서울 주요 집창촌,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여전히 성업중

입력 2014. 09. 22. 08:17 수정 2014. 09. 2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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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재현ㆍ배두헌ㆍ이수민 기자]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헤럴드경제 취재진들이 영등포ㆍ미아리ㆍ청량리 등 서울시내 유명 집창촌들을 다녀본 결과 지난 10년동안 집창촌의 업소나 여성들 숫자는 절반 수준 이하로 줄었지만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아직도 성 구매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집창촌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오피스텔이나 변종 성매매, 혹은 위장영업을 하는 가게들도 늘어나는 등 이른바 '풍선효과'도 여전했다.

▶대형 쇼핑몰서 나오던 연인들 쇼윈도 보고 '이게 뭐야'=지난 19일 저녁 8시. 영등포역 앞 집창촌에 불이 들어왔다. 아가씨들은 저마다 가게 안에서 의자를 꺼내고 옷매무새를 고치며 영업을 준비했다. 영등포역을 나와 눈에 보이는 유명 쇼핑몰을 찾아가려다 지름길로 보이는 골목길로 잘못 접어든 모녀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쇼윈도와 야한 조명, 그리고 옷에 "에구머니"라는 말을 남기며 뒤돌아선다. 유명 쇼핑몰쪽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나오던 연인들도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쇼윈도와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 돌아선다.

영등포역 앞 대로변에는 쇼윈도는 없었다. 1층은 대부분 파이프나 철물 등을 만드는 업체들이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상점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특유의 빨간불이 은은했고 여성들이 3~4명씩 짝지어 도로 옆에 나와 있다가 지나가는 남자들의 팔을 잡아 끌었다.

대로변에서 꺾어져 집창촌 거리 옆으로 들어서자 호객행위는 뜸했다. 종업원들은 유리를 열고 내다보며 "○○, 여기야"하고 부르거나 미성년자들이 들어오려 하면 "너흰 여기 오면 안돼"라고 말만 하는 수준이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호객행위는 없이 쇼윈도 안에서 밖을 보며 손님을 기다렸다. 군데군데 커튼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업소들도 있었다. 여성 8명이 근무하는 한 업소 앞에서 10시부터 30여분간 기다리며 확인해본 결과 30여분 사이에 4명의 남자 손님들이 업소에 들어갔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0년동안 집창촌 업소나 여성들 숫자는 절반 수준 이하로 줄었지만 여전히 성업중이다. 아직도 성 구매자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청량리 집창촌과 영등포 집창촌.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대로변으로 다시 나오자 경찰차 한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나타났다. 경찰차가 나타나자 대로변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여성들은 골목이나 계단 사이로 움직였다. 경찰은 스피커에 대고 "거기 자켓입은 분, 빨리 들어가세요"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경찰차가 지나가자 여성들은 금세 다시 나와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영등포 일대에는 한때 40~50여개 업소에 100여명 이상의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현재 경찰이 확인한 영업업소는 22개에 종업원은 40~50명 선이다. 대신 일반적인 회사 사무실로 위장한 채 영업하는 등 음성 영업을 하는 업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588이 어딨냐며 찾아와요"=같은 날, 청량리 집창촌 역시 활발히 영업 중이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남성들은 업소에 드나들었고, 종업원들은 짧은 원피스나 속옷 상의에 긴 치마 등 야한 복장을 하고 영업을 계속했다.

이쪽을 관리하고 있는 박모 위원장은 "과거엔 대로변과 철도 옆쪽 땅까지 160~170개 정도의 업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60개 업소만 남았다"며 "철도옆 쪽 땅은 도시계획때문에 줄었지만 대로변쪽은 성매매특별법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미성년자 아가씨를 종업원으로 받거나 바깥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일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청량리는 과거 300명도 넘는 여성들이 일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100여명정도로 줄었다. 그는 또 이쪽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크게 줄었다며 "하지만 지방 등으로 내려가거나 업종을 달리해 이뤄지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보면 같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 사무국 대표는 "전국적으로 우리가 파악하는 것은 한 1500세대 8000명 정도 된다. 크게 변한 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달라진 것은 종업원들에 대한 처우다. 과거처럼 감금한 상태에서 함부로 노동을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종업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늘었다. 박 위원장은 "최근 아가씨들은 다 출퇴근을 하면서 벤츠같은 좋은 차를 몰고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인근 상점등에 따르면 이곳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지, 일본인ㆍ중국인 등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한 상점 종업원은 "외국인들이 찾아와 '588'이 어디냐며 물어본다"며 "가격을 흥정해 맞으면 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상점에서 일하는 한 남자는 "요즘은 과거와 달리 단골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거 같다"고 했다.

▶"재개발? 승인나도 4~5년 걸릴 걸?", 40년 역사의 미아리=미아리 텍사스로 불리는 이곳은 2000년대 김강자 전 경찰서장이 집중단속을 벌이는 등 대대적 단속을 받고 폐쇄됐다는 소문까지 돈 곳이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이곳은 그러나 아직도 140~150개 업소가 운영 중인 규모가 큰 집창촌이다. 인근에서 오래 살아온 한 상인은 "여기는 단속이 와도 '뺨을 맞고 하는 곳(벌금 내고 하는 곳)'이라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재개발 승인이 나서 진행돼도 철거까지는 4~5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경찰 등에 단속이 되면 업소주인 1인당 500만원, 건물주도 500만원 정도 벌금을 내게 되며 아가씨들은 해당이 없다.

밤 9시40분께,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40대 여성 업주를 만났다. 호객행위를 하는 '이모님'들 중에선 젊은 편이다. 본인이 직원이 아니라 사장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 10년동안 여기 가게는 3분의1정도로, 아가씨들은 5분의1정도로 줄었다"며 "요새는 인건비도 잘 나오지 않아 사장들도 직접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또 "경찰이 신고를 받고 오는 경우를 빼면 단속은 잘 나오지 않는다"며 "5년전에 인수했는데 예전 같지는 않아도 장사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밤 10시20분께,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걸어왔다. 이곳 단골이라는 그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찾는다"며 "애인이 없고 외로워서 찾게 된다"고 했다. 그는 업소에 들어가더니 자기가 찾는 아가씨가 없다고 하자 발걸음을 돌렸다.

업소 사장은 "아가씨들을 착취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기본 화대 8만원 중 3만5000원은 아가씨 몫으로 떼주는 등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어차피 절대 안 없어질건데 네덜란드처럼 그냥 우리도 (인정해주고)놔두면 안되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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