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0.7초 늦는다고.. K2 전차 국산화 물거품 위기

김광수 입력 2014. 9. 23. 04:47 수정 2014. 9. 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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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초 내 시속 32km로 가속 못해

방사청의 성능기준 변경 요청에 합참, 돌연 태도 바꿔 "불가"

육군의 차기 주력전차인 K2(흑표)전차가 가속성능시험에서 0.7초가 늦어 국산화가 물거품이 될 판이다. 정부는 2005년 이후 10년째 K2전차를 개발하는데 1,300억 원을 쏟아 부으며 국산 명품무기로 선전해왔지만, 군 당국의 석연치 않은 기준에 발목이 잡혀 국산화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2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산 개발중인 K2전차는 최근 정지상태에서 8초 안에 시속 32㎞로 속도를 높이는 시험평가를 거쳤다. 개전 상황에서 적의 포탄을 피해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결과는 8.7초로 나왔다. 군 당국이 요구한 작전요구성능(ROC)은 8초였기 때문에 0.7초가 늦은 것이다.

이를 두고 합동참모본부와 방위사업청의 평가가 각기 달라 K2(흑표)전차의 국산화에 제동이 걸렸다. K2전차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은 전차에 적용하는 가속성능 ROC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이달 초 합참에 공문을 보내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합참은 "한번 정한 기준을 바꿀 수 없다"는 이유로 공문을 반려하며 서로 기싸움만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합참은 앞서 2011년 방사청이 가속성능 기준의 문제점을 발견해 변경을 요청하자 "인정된다"며 긍정적으로 답변을 했다 이번에는 돌연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합참이 완강하게 나오자 방사청도 이번에는 "ROC 변경은 합참 소관"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합참이 유독 K-2전차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육군의 주력인 K1전차와 개량형인 K1A1전차의 경우 시속 32㎞에 도달하는 기준으로 10초를 적용하고 있는데 반해 K2전차는 8초를 적용해 논란이 적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K2전차는 무기를 모두 탑재하면 무게가 55톤에 달한다"며 "고작 0.7초가 늦는다고 해서 적의 포탄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K-2전차에 요구하고 있는 가속성능은 군사교범과 비교했을 때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전차의 생존 조건육군 교육사의 작전운용기준에 따르면 25초 안에 100m를 이동하면 전차가 생존할 수 있다. 사거리 3,000m인 적의 전차유도탄(AT-3)이 도달하는데 25초 걸리기 때문에 전차가 표적에서 100m만 기동하면 피해를 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K2전차의 경우 정지상태에서 시속 32㎞로 높이는데 9초가 걸린다고 해도 이 속도면 25초 안에 182m를 이동할 수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앞서 K2전차는 2011년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의 내구성이 기준에 못 미쳐 한 차례 국산화가 지연된 바 있다. 당시 군 당국은 전차 전력화의 시급성 때문에 K-2전차에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한 '반(半) 국산 K-2전차'를 개발해 지난 6월 육군에 공급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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