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스마트폰 보조금 30만 원', 무슨 근거로 정했나?

김범주 기자 2014. 9. 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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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왜 기업 마케팅비 상한선을 정하나

다음 달 1일 소위 단통법이 시행됩니다. 정부가 정한 금액 이상의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한 법입니다. 이 보조금이 얼마로 결정되느냐,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인 만큼 관심을 모았습니다. 어제, 그 보조금 상한선이 결정이 됐습니다. 30만원입니다.

여기서 질문이 있습니다.

● 왜 보조금 상한선이 30만원일까?

왜 보조금이 20만원도 아니고, 40만원도 아니고 30만원일까요. 답을 말씀드리면 별 근거가 없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정했던 보조금 상한선이 27만원인데, 여기서 3만원 올려잡았을 뿐입니다.

그러면 애당초 2009년에 왜 27만원으로 정했느냐를 따져봐야겠죠.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당시 폴더폰을 사면 20개월 정도 쓰는데, 그동안 통신사들이 손님 한 명 당 벌어들이는 이익이 24만 3천원이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10% 정도 얹어서 27만원으로 정했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을 쓰고, LTE 시절이 됐습니다. 2009년엔 2,3만원 정도 요금을 냈다면 지금은 4,5만원은 냅니다. 별로 방법 자체에 동의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같은 식으로 지금 2년 약정했을 때 통신사들이 고객 1인당 얼마를 버는지 다시 계산해서 보조금을 정했어야 합니다. "4,5년 전 기준에 3만원을 더 얹었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정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것 말고도 단통법은 문제 투성입니다. 그 보조금 30만원도 2년 내내 7만원 이상 요금제를 써야만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만약 3만 5천원 요금제라면, 그 절반만 받게 될 전망이고, 7만원을 쓰다가 요금제를 낮추면 그만큼 보조금을 내놓아야 합니다.

또 전화기를 쓰다가 잃어버렸을 경우, 지금까지는 이미 받은 보조금을 내놓지 않았었는데, 앞으로는 다 돌려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국민은 예전보다 훨씬 비싼 값에 스마트폰을 사야 할 전망입니다. 남이 싸게 살 때 비싸게 사는 경우는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모두가 비싸게 사는 황당한 상황에 접어들게 될 겁니다.

● 좋아지는 경우는 없는건가?

몇 가지 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 같은 통신사를 쓰면서 전화기를 바꿀 경우입니다. 그동안은 보조금을 많이 주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새로 사는 사람과 똑같이 보조금을 줘야 합니다. 꼭 어떤 통신사를 써야 하는 경우에는 좋은 정책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번호이동이란 정책을 통해서 번호는 유지한 채 통신사를 바꿔서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전체 소비자 차원에서는 나아진 것이 아닙니다.

또 중고전화나 직접 단말기를 산 경우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소니를 비롯해서 자급제 전화기를 내놓는 회사들이 많아지는 만큼, 그런 경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고전화의 경우에는 좀 이야기가 다른 것이, 이미 보조금을 받았던 전화기의 경우에는 24개월이 지난 경우에만 다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경우에는 갤럭시노트1이나 갤럭시S3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노트1, S3를, 그것도 2년 약정으로 다시 등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냥 해보는 소리겠죠.

● 그러면 단통법으로 누가 이득을 볼까.

지금까지 살펴본대로 소비자들은 전보다 훨씬 비싼 값에 전화기를 사게 됐습니다. 그러면 이득은 누가 보게 되는 걸까요?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이동통신 3사의 최근 주가그래프입니다. 7, 8월 이후로 모두 치솟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오를 겁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통신사들은 큰 돈을 벌게 됩니다. 소비자에게 주던 보조금이라는 마케팅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증권회사 추산 결과, 평균 보조금을 만 원 줄일 때마다 SKT, KT, LG유플러스의 이익은 각각 5.7%, 9%, 10% 늘어납니다. 올해 1,2월 통신사들이 썼던 평균 보조금은 42만 7천원입니다.

10월 이후에 최대 보조금이 30만원이니까, 실제 평균 보조금은 이것보다 크게 적을 겁니다. 만약 20만원이라고 치면 통신사는 22만 7천원을 아끼게 됩니다. 이럴 경우에 저 증권회사 추산 대로라면 SKT는 영업이익이 무려 130% 늘어납니다. SKT의 1년 영업이익이 2조원 정도니까, 2조원 이상 새로 돈을 더 벌게 되는 셈입니다.

더 나아가서 7만원 이상만 30만원 보조금을 받게 된다면 울며 겨자먹기로 그 요금제를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이 나오게 될 겁니다. 그러면 통신사는 또 한번 잔치를 벌이게 됩니다. 1인당 매출액을 올리는게 통신사들의 지상과젭니다. 전보다 줄어든 보조금으로, 전보다 더 비싼 요금을 물게 만들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이렇게 돈을 더 벌게 되지만, 요금을 내리겠다는 통신사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서비스 경쟁을 하겠답니다. 돈은 안 쓰고 고개만 몇도 더 숙이겠다는 말이겠지요.

그래서 오늘도 기사를 찾아보시면 증권사들이 앞다퉈 통신사 주식을 사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제도가 시행되는걸까?

작년부터 여러 번, SBS 8뉴스를 통해서 혹은 라디오를 통해서, 또 이 취재파일을 통해서 문제제기를 해왔던 질문입니다. 대체 통신사가 크게 유리한 이런 제도를 왜 시행하는걸까.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라는게 정부측 대답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 밖에 없는걸까요?

최근 LG가 G3를 미국과 해외 시장에 내놨습니다.하지만 LG는 자체 마케팅 비용을 대량으로 풀 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그런데 미국 통신사들이 보고 제품이 쓸만하다고 생각해서 알아서 보조금을 풀었습니다. 지금 LG G3는 미국 AT&T에서 2년 약정을 하면 20만원에 살 수 있습니다.

일본은 더하죠. 새로 나온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가 모두 공짭니다. 통신사끼리 경쟁이 심하게 붙다보니 벌어진 일입니다. 유럽도 보조금은 통신사 경쟁에 맡겨 둡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보조금을 규제하겠다고, 그것도 그 금액을 정부가 정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스마트폰을 OECD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비용을 들여 사야 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신형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는, 실패한 시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애플샵 앞에 줄을 서 있다가 몇백달러를 주고 아이폰을 사는 미국 국민들은 모두 실패자인가요. 어떤 스마트폰을 사서 쓸 것인가는 국민이 정하면 될 문젭니다.

● 국회까지 "정부가 보조금 액수 정하지 마라"

요새 이런 저런 현안에 대해 가장 올바르게 지적하는 곳이 국회입니다. 국회의원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 있는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같은 곳입니다. 송곳처럼 날카롭게,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쓰고 있습니다.

작년 초,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보고서를 냈습니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쓰는 것은 마케팅 활동인데, 정부가 이걸 규제하는 것은 영업활동의 자유를 제약할 소지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통신사가 보조금을 자유롭게 정하되, 외국산 등등 해서 다양한 단말기를 공급하고 가격만 투명하게 공개하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단통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또 지적했습니다. 올해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이 참고하라고 낸 자료에서, 정부가 보조금 상한선을 왜 정하냐며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정확한 문구는 이렇습니다.

"단통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 보조금의 상한선을 고시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용자 간 보조금 차별을 해소하는 문제와는 크게 관련성이 없음"

저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 아주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통신사가 보조금, 기업 마케팅비를 너무 많이 쓸까봐 걱정해서 규제를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소비자가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해서 문제라는 부분도 통신사가 보조금을 정해서 공시하도록 하고 지키는지만 감독하면 될 일입니다. "보조금 30만원만 줘라" 라고 공무원이 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 규제개혁위원회, "3년 뒤에 다시 보자"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가 어제 이 단통법 세부 내용을 심의했습니다. 3년 동안 시행하고 다시 상황을 보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곧 발생할 겁니다.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국민들이, 통신요금을 줄인다고 만들었다는데 되려 통신요금 부담이 심해졌다며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할 겁니다.

진행상황 지켜보면서 계속 지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저희 일이니까요. 이제 엿새 남았습니다.

김범주 기자 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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