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도 감시?..'메신저 사찰' 공포 커진다

2014. 10. 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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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온라인 감시 강화' 파문 확산

카카오톡 탈퇴 '망명객' 급증

독일 '텔레그램' 이용자 10배로

박대통령 '모독' 발언 직후회사쪽 검찰회의 참석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 발언 이후 강화되고 있는 검찰의 온라인상 명예훼손에 대한 엄벌 방침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업체를 서리 맞은 꼴로 만들고 있다. 줄 잇는 '메신저 망명'으로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국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울상을 짓고 있다. 관련 업계와 이용자들 사이에서 텔레그램이 한국 검찰을 만나면 "생큐!"라고 인사할 거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 다음카카오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다음카카오는 이용자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내용의 보관기간을 이달 중에 2~3일로 줄이기로 했다. 지금은 출장이나 여행 등으로 카톡 대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는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읽지 않은 대화 내용을 5~7일간 서버에 저장해주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한번 삭제된 대화 내용은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장병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달 19일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고 인터넷 공간 검열 강화를 뼈대로 한 사이버 검열 계획을 발표한 뒤부터 앱스토어에서 텔레그램 다운로드 순위가 급등하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소셜 카테고리)에서 100위권을 밑돌던 텔레그램 앱의 다운로드 순위가 검찰의 사이버 검열 계획 발표 뒤 이틀 만에 8위로 뛰어올랐고, 24일 이후에는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카카오톡까지 제쳤다. 장 의원은 "랭키닷컴의 집계를 보면, 검찰의 사이버 검열 계획 발표 이후 일주일 사이에 텔레그램의 국내 하루 이용자가 2만명에서 25만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의 부자 형제가 개발해 독일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 메신저다.

관련 업계에선 검찰이 인터넷 공간에 대한 검열 강화를 위해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하면서 주요 포털과 함께 카카오(지금은 다음카카오)의 간부까지 불러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들의 국외 이탈을 가속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대책회의에는 네이버, 다음, 에스케이(SK)컴즈(네이트)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검찰이 오라는데 안 갈 수 없는 것 아니냐. 사업에 큰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사업을 하면서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텔레그램 상황은 과장되고 잘못 알려진 측면도 있다"고 불끄기에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6·10 청와대 세월호 만민공동회' 주최자의 카톡 이용 내역이 경찰에 제공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전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인터넷 공간에 대한 국가기관의 검열이 강화될 때마다 국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이메일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 사태가 일어났다. 전자우편에 대한 정보·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 감청 사례가 늘자, 정치인과 시민단체 활동가 및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구글의 '지메일' 이용이 급증한 게 대표적이다.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는 '프라이버시'와 '사적 공간' 측면에서 게시판과 이메일보다도 민감하다. 집중 감시 대상으로 꼽히는 것만으로도 위축될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톡을 이용하다 정보수집 및 수사 목적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경우, 최근 3달 안에 언제 누구와 어떤 형태로 카톡을 주고받았는지와 함께 최근 읽지 않은 7일치 대화 내용까지 넘어간다. 다음카카오가 관련 규정에 따라 카톡으로 주고받은 내용은 최대 7일까지, 카톡 이용 내역은 3달까지 보관하기 때문이다. 이때 카톡을 주고받은 상대의 개인정보까지 넘어간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행위는 제한을 받은 만큼만 위축되거나 줄어든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0.001%의 제한에 100% 이상의 위축이 일어난다. 남이 제한받는 모습만 봐도 쫄아든다(위축된다). 그래서 헌법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특별대접하고, 법원 판결도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보장 폭을 넓히는 쪽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자 검찰이 뒤늦게 "카카오톡은 들여다보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용자들의 불신은 이미 높아진 상태다. 이용자들끼리 '메신저 망명'을 부추기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장병완 의원은 "국내 기업이 법을 준수한다는 이유로 '사이버 망명'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검찰과 법원 모두 조심스러운 자세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정부가 인터넷 실명제 같은 역차별 제도로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위축시켜 유튜브 같은 해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정권의 정치적 의도 때문에 국내 정보통신(ICT) 산업이 피해를 받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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