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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경찰관들까지 '사이버 망명'

입력 2014. 10. 05. 20:20 수정 2014. 10. 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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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 온라인검열에 거부감 확산

보안 민감한 검사·경찰관들까지

국외 메신저 '텔레그램' 이용 늘어

일부는 단순 호기심에 일단 가입"대중적 확산여부 좀더 지켜봐야"

"망명을 환영합니다."

수사기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열 논란 때문에 독일의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난 이들이 흔히 받는 환영 인사다. 여느 모바일 메신저와 같이, 앞서 가입해 있는 지인들에게도 "○○○가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전송되기 때문에 이렇게 씁쓸한 환영 인사를 받게 된다.

온라인 검열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민들뿐 아니라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 변호사, 기자들은 물론 뜻밖에도 검사, 경찰관 등 수사기관 종사자들의 텔레그램 가입 또한 늘고 있다.

텔레그램에 가입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팀장급 경찰은 "호기심 반, (국내 메신저에 대한) 걱정 반으로 텔레그램에 가입했다"고 했다. 그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단체 채팅방도 여러 개인데 혹시 그중에 수사 대상자가 있으면 내가 한 이야기들도 누군가 볼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아예 '업무용 메신저'를 바꾸는 사례도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실 비서관은 "의원실에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텔레그램으로 바꾸려고 한다. 국내 메신저들도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래도 업무상 민감한 정보들을 많이 다루는 의원실의 특성상 보안이 철저한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더 안심이 된다"고 했다.

반면 직장인 박아무개(38)씨는 최근 텔레그램을 설치하긴 했지만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박씨는 "텔레그램으로 연결된 친구 목록을 보면,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아, 저 사람도 나와 비슷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만 있는 것 같다. 일상적으로는 기존에 사용하던 국산 메신저를 쓴다"고 했다. 대학생 강아무개(24)씨도 "호기심에 일단 설치는 했는데, 아직까지는 친구들이 많이 가입하지 않아 자주 사용할지는 모르겠다. 디자인도 단순하고 기능이 다양하지 않아 심심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사이버 망명' 파문이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에스엔에스 전문가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보안에 민감한 지식인의 이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메신저를 주로 사용하는 청소년층 등의 이탈은 본격적으로 일어나진 않고 있다. 텔레그램의 확산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메신저로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이 수사기관의 요청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적극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인류사회재건연구원)는 "텔레그램이 정보 접근성이 뛰어난 지식인들만 주로 이용하는 공간이 된다면 대중적 확산은 더딜 수 있다"고 했다.

정환봉 송호균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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