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용산 "손님 맞을래요?"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입력 2014. 10. 10. 10:46 수정 2014. 10. 10. 10: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레기 vs. 용팔이의 한판 승부. 결과는?" 10월 2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만화를 본 누리꾼의 댓글이다. 글의 제목은 "용산 '손님 맞을래요?'의 진실"로 되어 있다. "손님 맞을래요?"는 인터넷에서는 유명한 밈(meme)이다. KBS 9시뉴스의 용산전자상가 판매직원의 횡포 보도에서 유래한 이미지다. 2007년 보도다.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뉴스 캡처 이미지는 호갱, 다시 말해 '호구가 된 고객'이라는 인터넷 용어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손님 맞을래요?" 패러디의 근거가 되었던 2007년 KBS 용산전자상가 보도 영상. | KBS 캡처

그런데 진실이라니. 더 규명할 일이 있다는 걸까. 만화의 내용은 손님으로 위장한 기자가 컴퓨터 견적을 내겠다면서 며칠에 걸친 '진상'을 부려, 판매직원의 격한 반응("손님 맞을래요?")을 유도했다는 내용이다. 사실일까. 일단 해당 보도에 나온 용산 상가는 컴퓨터가게가 아니라 디지털카메라 판매가게였다. 사건 당시 용산상가 상인회는 디지털카메라 동호회인 slrclub의 게시판에 진상조사 결과를 올렸다. 이 게시물엔 해당 직원의 자필 진술서도 첨부되어 있었다. 직원 당사자 주장에 따르면 KBS 기자는 신분을 감추고 3일 동안 와서 '진상'을 부렸다. 그리고 자신의 전체 발언 중 "손님 맞을래요?" 부분만 편집해 보도했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당시 보도했던 오수호 기자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때가 기자생활 1년차였어요. 사실 대학 다닐 때 이미 용산에서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mp3를 강매당했어요. 그 기억을 살려 기사 발제를 했는데, '한 번 해보라'는 오더를 받았습니다. 용산 터미널 상가에 가서 첫 가게에 갔는데, 거기서 바로 그렇게 나온 겁니다."

악의적 편집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래도 한 케이스만 할 수 없어 다른 데도 돌아다녔는데, 다른 서너 군데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들었습니다." 3일 동안 간 것도 사실이었다. 허리에 차고 갔던 '몰카'가 제대로 찍히지 않아 윗선의 지시로 그림을 만들기 위해 두 번 더 방문한 것.

그러니까 세 번에 걸쳐 '진상 짓'을 한 끝에 약을 올려 얻은 반응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가 잘못한 것은 첫날에 몰카를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죠. 상가회 쪽에서 나중에 그 가게가 어디냐고 가르쳐달라고 했는데, 당연히 가르쳐줄 수는 없었어요. 자체적으로 찾아내 그 직원을 잘랐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그 부분은 마음이 아팠어요." 언론중재위와 재판까지 간 것 역시 사실이다. 언론중재위는 기각됐고, 재판은 대법원까지 가서 회사가 500만원을 물었다. 이유는 초기 보도에서 1초 정도 얼굴이 노출된 초상권 침해 때문이었지, 보도가 잘못되어서는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어찌됐건 보도시점을 전후로 용산전자상가의 몰락이 가속화됐는데. "제 보도 때문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당시에도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있었죠. '근절되지 않는 악습'이 상황 변화와 맞물렸다고 봐야지요." 취재를 마친 뒤 오 기자로부터 당시 상황을 보충설명하는 문자가 여럿 왔다. 당시 경험이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는 듯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주간경향 공식 SNS 계정 [ 페이스북] [ 트위터]

모바일 주간경향[ 모바일웹][ 경향 뉴스진]

- ⓒ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