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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검열' 거부하면 카카오톡 망한다?

입력 2014. 10. 10. 19:57 수정 2014. 10. 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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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시연 기자]

"'한방'에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1일 ' 출범하는 다음카카오, '한방'에 갈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나간 뒤 다음카카오쪽 관계자가 '진담 반 농담 반' 던진 말이다. 말이 씨가 됐을까. 열흘이 흐른 지금, 카카오톡 검열 논란 때문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하나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카카오톡을 위한 변론'을 올려 구설수에 오른 구태언 다음카카오 고문변호사가 링크한 흐름도(다이어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한 누리꾼이 패러디한 것이다.

카카오톡 영장 집행해도 망하고 거부해도 망한다?

구태언 다음카카오 고문변호사가 9일 페이스북에 인용한 흐름도(다이어그램, 왼쪽)와 이를 패러디한 누리꾼 J씨의 흐름도 .

구 변호사가 인용한 '당신은 메신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booiljung 블로그)는 제목의 흐름도는 공무원이 감청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갖고 왔을 때 '메신저 회사'의 대응과 그에 따른 결과를 그렸다. 그에 따르면 영장을 거부하든 말든 '회사 망함'으로 귀결된다. 결국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인권보다 공안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집권하는 한 한국에서 사업하는 회사는 어떤 선택을 해도 망한다"는 게 작성자의 메시지다.

반면 J씨가 페이스북 댓글로 올린 패러디판은 결론이 두가지였다. 다음카카오가 공무원의 요구를 거부하면 서비스가 중단되고, 받아들이면 회원들이 떠나는 것 같지만, 다음카카오 '외양간 프로젝트'나 '서버 해외 이전'으로 회사가 재건될 수도, 이재웅 다음 창업자나 구 변호사 구설수 때문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시나리오는 최근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보는 다음카카오와 사용자들의 엇갈린 시선을 보여준다.

지난 8일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감청 사실을 부인한 것을 공식 사과하고 대화 내용을 암호화해 외부에서 볼 수 없는 '프라이버시 모드'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카카오톡 검열' 논란도 전환점을 맞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밤 JTBC가 "카카오 법무팀에서 압수수색 내용을 직접 선별해 수사기관에 제공했다"고 보도하면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음카카오는 "영장에 기재된 정보 중 서버에 남아 있는 정보만 제공할 뿐, 절대 자의적으로 특정 대화만 선별해 제공하지 않는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9일 "바로 며칠 전에 '범죄와 무관한 사적인 정보까지 다 줬다'고 비난할 때는 언제고 이제 정보를 선별했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 '내용 선별' 자체를 문제 삼아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진보네트워크 활동가인 오병일씨는 "이번 사안에서 문제는 수사기관의 업무를 마치 민간기업에 '위탁'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면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과정에 입회해서 감시하는 것과 그것을 위탁처리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이재웅-구태언 부적절 발언, 다음카카오 '사과 모드'에 찬물

이처럼 '선별 제공' 자체는 사실 여부부터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된 건 다음카카오가 아닌 관련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이 와중에 구 변호사는 9일 페이스북에 "뭘 사과해야 하는 건지,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거부해서 공무집행방해를 하라는 건지?"라면서 "자신의 집에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면서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논의의 핵심이 아닌 곳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덕을 보는 세력이 있다"고 덧붙였지만 화살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결국 구 변호사도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이에 앞서 다음 창업자이자 다음카카오 주주인 이재웅씨도 지난 4일 시민운동가 하승창씨 페이스북에 "(시민운동가가) 국가 권력 남용을 탓해야지 (권력에) 저항하지 않는 기업을 탓하나"라고 글을 남겼다. 이어 이씨는 "그러려면 그냥 이민 가라", "구태"라고 지적한 것이 도리어 누리꾼의 비난만 샀다. (관련기사: 다음 창업자 "국가 권력 남용인데 왜 '카톡' 탓하나")

카카오톡 감찰 논란을 둘러싸고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씨와 시민운동가인 하승창씨가 페이스북에서 벌인 논쟁

ⓒ 김시연

지난 8일 <오마이뉴스> 보도로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웅씨는 다시 댓글을 통해 "일반 시민이 아닌 시민운동 리더나 정치인 같은 사람들은 문제를 야기한 국가 권력 남용과 잘못된 입법, 사법 체계에 대해 우선적으로 비판하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지 자기들도 사이버 망명하고 기업 비난하고 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고 해명했다.

하승창씨도 "정부에 대한 비판은 너무 당연하다 여겨서 글에 담지 않았는데 그런 것이 혹여 내 생각이나 태도가 문제의 근본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이해했다"면서 "여전히 문제의 근원인 정부는 오불관언이지만 다행히 카톡 측의 사과와 향후 대책이 발표되었다, 모자라다는 분들도 있지만 솔직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생각한다"며 이날 정부의 자료제공 요청을 공개한 다음카카오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이 두 사람이 다음카카오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이버 검열에 대한 비난이 다음카카오로 향한 것도 결국 '말'이 화근이었다. 지난 9월 말 '텔레그램' 사이버 망명 열풍이 불긴 했지만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리라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사이버 검열' 논란 이전인 9월 둘째주 하루 평균 2만 5천 명이던 독일의 메신저 텔레그램 사용자가 9월 넷째주 52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 사이 카카오톡 사용자는 2656만 명에서 2605만 명으로 50만 명 가량 줄었다. 그렇다고 카카오톡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지난 7일 국정원의 '카카오톡 감청' 문건을 처음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도 "텔레그램 망명은 일시적 유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일로 카카오톡이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카카오톡 대화 압수수색 논란에 대해 "정당한 법집행을 거부할 수 없다"는 다음카카오 대표의 안이한 답변에 이어 다음카카오가 공식 부인했던 '카카오톡 감청'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나면서 수세에 몰렸다.

물론 이재웅씨와 구태언 변호사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처럼 수사 권한을 남용하는 정부와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국회와 사법부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다만 하승창 대표 지적처럼 사용자들이 카카오톡을 떠나는 것도 정부와 수사기관의 사이버 검열에 대한 반감의 표현일 뿐이다. 두 사람도 이를 좀 더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 사용자들은 국가기관보다 자신들을 위하는 서비스 회사가 망하게 둘 정도로 매몰차지 않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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