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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자금력·소통이 성공 방정식

입력 2014. 10. 13. 09:09 수정 2014. 10. 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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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후 조직 내부 융합 이뤄야 성공 모델 가능해져 수익 창출할 시장 수요 검증 안 되면 줄줄이 실패

스몰 M&A가 가진 장점을 살려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결합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어떤 성공 방정식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명확한 M&A의 비전과 이를 뒷받침할 자금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게 1순위로 꼽힌다. 대형 M&A에 비해 첫 인수 시 오가는 돈이 적다 해서 쉽게 보면 오산이다. 김정열 SV어드바이저그룹 대표는 "대형 업체를 인수하는 것을 고등학생을 데려와 가르치는 것에 비유한다면 스몰 M&A는 유치원생을 데려다 키우는 것과 같다. 그만큼 합병이 이뤄진 후에 더 모기업의 자금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지원해야만 피인수 업체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KT가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단행한 일련의 스몰딜은 실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시 KT는 콘텐츠 유통 부문 역량 강화, 콘텐츠 확보란 명분하에 관련 벤처기업들을 사들였다. '엔써즈(동영상 검색)' 'KT클라우드웨어(전 '아헴스', 클라우드 서비스)' 'KT넥스알(대용량 분산·처리)' 'KT이노에듀(전 '사이버MBA')'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11년 피인수된 엔써즈는 누적적자가 늘어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KT클라우드웨어, KT이노에듀, KT넥스알 등도 줄줄이 적자 행렬에 동참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 교체 때마다 KT 전략이 바뀌는 게 결정적이다. 모기업에서 충분한 지원을 이어가지 못하니 안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전 미리 피인수 업체의 취약점과 그 업체가 속한 업황(산업 상황)을 면밀히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1년 LG디스플레이가 전자종이(Electronic paper·종이 인쇄물 같은 느낌을 내는 반사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하고 있던 이미지앤머터리얼스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시장에선 바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문제는 시장이었다. 전자책, 전자잡지는 지금도 시장 자체가 커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다시 재매각 수순을 밟아야 했다.

양영석 한밭대 창업대학원 교수는 "M&A로 핵심 신기술을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해도 수용할 시장이 없다면 결국 소용이 없다. 때문에 인수 이후의 'Time to business(수익을 창출해 낼 시장이 형성돼 있는지)'를 철저히 따져 봐야 한다"며 인수 전 치밀한 준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셋째는 인수한 후 조직 내부적인 융합을 이루는 것이다. 인수하는 기업이 우월적 지위에서 내려다보는 식이 아닌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려는 인식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류재욱 네모파트너즈 총괄사장은 "유망한 중소업체를 인수하면서 점령군의 마인드는 버려야 한다. 한 수 가르쳐 준다는 식의 접근이나 선진 시스템을 이식해야 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피인수 기업에 도움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합병 후 통합 작업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기철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같은 맥락에서 조직문화의 융합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말했다.

"기업 간 합병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옥상옥 식의 의사결정 구조인 대기업과 빠른 보고 체계를 가진 소기업이 합쳐지면 부딪치는 일이 발생한다. 소통 범위를 늘려 분위기를 바꾸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시너지라는 것이 특별한 데서 오는 게 아니다. 구성원들을 로테이션해주며 조직 분위기를 익힐 수 있게 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 SK컴즈는 벤처업체였던 싸이월드를 비롯해, 이글루스, 엠파스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지만 결국 싸이월드가 페이스북 등 경쟁 업체에 밀려 도태되면서 실패한 M&A 사례로 남게 됐다. 조기철 이사는 "대기업 조직 체계의 사람들과 개개인의 역량을 강조해온 벤처 구성원들 간에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괴리가 컸을 것"이라며 "벤처문화가 퇴색하며 제 성격을 잃어버린 것이 실패의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서은내 기자 thanku@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77호(10.08~10.1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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