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투자공사, 왜 위험한 메릴린치에 2조 투자했나?

박종훈 입력 2014. 10. 13. 22:24 수정 2014. 10. 1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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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008년 1월, 한국투자공사는 외환보유액 20억 달러, 우리돈 2조 원을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1조 원대의 엄청난 손실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 투자 결정이 메릴린치가 15조 원의 천문학적 투자 손실을 봤다는 소식으로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한 직후에 이뤄져 왜 갑자기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투자했는지 그동안 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습니다.

KBS가 이런 의혹을 푸는데 실마리가 될 당시 회의록을 입수했습니다.

박종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메릴린치가 15조 원대의 손실을 봤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 열린 한국투자공사의 운영위원회 회의록.

회의 초반 분위기는 대부분 위험한 투자라며 반대했습니다.

한 대학교수는 "경영권도 못 얻어 전략적 가치가 없는데다 투자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고, 투자공사 임원도 "의사록에 자신이 반대했다는 내용을 분명히 기록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심지어 법무법인의 한 운영위원은 "절차까지 어기며 추진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처럼 회의가 반대 분위기로 흐르자 줄곧 투자를 주장해온 조인강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심의관이 정회를 요청합니다.

그리고 15분 뒤. 재개된 회의장 분위기는 180도 바뀌면서 만장일치로 찬성이 결정됐습니다.

결국, 이런 회의과정을 거쳐 메릴린치가 우리나라에 자금을 요청한 지 단 일주일 만에 2조 원이 넘는 나랏돈을 투자하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녹취> 조인강(당시 재경부 금융정책심의관) : "비교적 짧은 시간에 결정을 했지만, 여러가지 국익을 고려해서 (한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쉽게 투자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상조(한성대 교수) : "개인이 투자를 하는 경우에도 일주일 동안의 정보수집과 한두 차례의 회의로 결정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국민의 돈을 쓰는 공공기관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의사결정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홉 달 뒤 메릴린치는 다른 미국 은행에 헐값에 팔렸고 당시 손실평가액이 1조 원을 넘었습니다.

KBS 뉴스 박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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