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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변 체형관리센터 벽 열리자 성매매 '비밀의 방'으로

장재진 입력 2014. 10. 17. 04:46 수정 2014. 10. 17.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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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동 5층 빌딩 지하서 소개받은 손님만 받아 단속 피해

일반 손님엔 피부관리로 이중 영업, 건물 입주자들 "상상도 못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신림동에서 체형관리센터로 위장해 성매매 영업을 하다 적발된 업소의 내부 모습. 한쪽 벽면에 성매매가 이뤄지는 비밀 공간으로 통하는 문(흰색 원)이 숨겨져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 제공

'정말 여기서도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을까.' 지난달 25일 오후 11시 서울 신림동 난곡사거리 근처 5층 빌딩 앞. 잠복 중인 서울 관악경찰서 이모(53) 경위 등 14명이 초조하게 건물 입구를 응시했다. 이 건물 지하 '장미 체형관리센터'에서 비밀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관들은 반신반의했다. 비밀 성매매라면 뒷골목이나 입주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오피스텔 등에서 이뤄지기 마련이다. 반면 이 건물은 왕복 8차선 남부순환로에 접해 있는 데다 1층에는 자동차 영업소, 2~3층에는 스크린골프장, 4~5층에는 사무실이 입주해 있어 경험상 딱 들어맞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이윽고 건물 지하에서 30대 남성 두 명이 나왔다. 손모(38) 경위 등은 임의동행 형식으로 이들로부터 성매매를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곧바로 경찰관 두 명이 손님을 가장해 들어갔지만 성매매의 흔적은 어느 곳에서도 없었다. 마사지와 피부관리를 받는 방 8개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노련한 손 경위의 시야에 카운터 한 구석에 놓여 있던 리모콘이 들어왔다. 이 경위가 카운터에 있던 업주 신모(37)씨를 밖으로 유인하는 동안 손 경위가 자동차 리모콘처럼 생긴 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복도 끝 평범하게 생긴 벽이 움직이며 '비밀의 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문 안쪽으로는 미로 같은 통로를 중심으로 좌우로 샤워 시설, 피임 도구 등이 구비된 방이 아홉 개나 있었다. 마침 방에 머물고 있던 성매수남 김모(43)씨와 성매매녀 박모(51)씨는 인기척 소리를 냈다가 발각돼 현장에서 검거됐다.

관악경찰서는 합법적인 업소처럼 차려놓고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 신씨 등 3명과 성매매녀 박씨 등 3명, 성매수남 김씨 등 3명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 등은 지난달 중순부터 성매매 손님들에게 건당 13만원씩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신씨는 인터넷이나 전단지 홍보를 일절 하지 않았고, 지인의 소개로 온 손님만 받아 단속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매매 업소인지 모르고 들어온 손님들에게는 일반 업소처럼 스포츠마사지와 피부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업소 적발 소식에 이 건물에 있던 입주자들은 "발 밑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파출소 관계자도 "이 지역에 그런 곳이 있었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업소 규모가 400㎡에 달해 지금까지 관내에서 적발된 곳 중 최대"라며 "입수한 장부, 휴대폰 통화기록을 통해 성매수남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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