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일보

속 빈 강정.. 'MB표 자원외교'의 허상 되짚어보기

김지현 입력 2014. 10. 17. 12:11 수정 2014. 10. 17. 18:46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이명박(73) 전 대통령의 야심작인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위상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다. MB정부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벌어들였다고 자부했지만, 이제와 실상을 뜯어보니 어마어마한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말 많고 탈 많은 'MB표 자원외교'의 허상을 되짚어본다.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운용 방안을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세계 곳곳 발로 뛴 'MB'

이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자원 부국의 개발 사업권을 따내 한국경제를 부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석유나 가스가 생산되지 않으니,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투자해 직접 퍼올려 싣고 오겠다는 전략이었다. 사업 프로젝트명은 '자원외교'라고 통칭했다.

2008년, 이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해외자원개발 사업권 유치에 열을 올렸다. MB정부가 임기 내 인도네시아, 파나마, 카자흐스탄 등 세계적인 자원 부국을 상대로 자원개발 사업권 MOU를 맺은 건 71건. 상당수는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세계 각지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고, 협약을 도출해냈다.

2009년 5월,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나온 인사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핵심 인물은 모두 'MB맨'

자원외교 사업에는 공인된 'MB맨'들이 깊숙이 관여했다. 대통령의 오른팔로 '왕차관'이라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자원외교 사업을 진두 지휘했다. 그는 '자원외교사절단' 자격으로 해외를 돌아다니며 사업권을 수주했다. 2011년에는 사업 성과를 알리기 위해 '당신이 미스터 아프리카입니까?'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 기사보기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해외에 나가는 일이 잦았다. 공식 직책도 없이 '대통령 형님'의 지위만으로 외교 무대에 나선 것을 빗대어 "외교도 만사형통(만사兄통: 모든 것은 형을 통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 기사보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자원외교사업 성사를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활동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줄줄이 비리… 얼룩진 성과

불씨를 당긴 건 2011년 의혹이 제기된 CNK의 다이아몬드 사기 의혹이다. 김은석 전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가 관여한 일이어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오덕균 CNK 대표는 카메룬 광산의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부풀려 허위 공시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띄워 9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4월 검찰에 기소됐고, 이 사건과 관련한 1심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 기사보기

모래성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 전 대통령의 임기 완료가 다가오면서 자원외교를 둘러싼 의혹이 쏟아졌다. MB정부가 체결한 자원개발 양해각서(MOU)는 총 71건인데 이 중 본 계약으로 이어진 경우는 단 한 건에 불과 하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 기사보기

계약을 맺어도 실상은 암울했다. 볼리비아 리튬 개발 광산 사업 실패가 대표적 사례다. 이 사업은 이상득 전 의원이 주도했는데, 2012년 7월 정식계약을 맺은 뒤에도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채굴권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광물공사는 사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 영상보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며 자원외교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무너진 야심작… 얼마나 까먹었나

부풀었던 풍선의 바람은 맥없이 빠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편승했던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공사 등 관련 공기업들이 모두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은 정권의 치적을 쌓느라 급급했던 나머지 사업성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기사보기

광물공사는 멕시코의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에 1조원이라는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개발 당시부터 부도 위기였다.'밑 빠진 독'이라는 걸 알면서도 돈을 퍼부은 셈이다. (한국일보 보도: 1조 투자 멕시코 광산, 개발 당시 부도 위기) 석유공사는 9,000억원에 사들인 캐나다 정유공장을 매각하면서 약 1조7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모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빚어진 결과다. ▶ 기사보기

투자 성적도 암울하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3사가 자원외교사업에 26조984억을 투자했지만 현재까지의 수익은 3조6,698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세 공사가 투자한 69개 사업을 올해 상반기에 분석한 결과다. ▶ 기사보기

자원외교 사업은 상당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의혹이 많은 만큼 숙제도 많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사태수습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자원개발은 금지어"라며 "누구도 아이디어를 내거나 업체들과 머리를 맞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기사보기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과 함게 '해외자원개발 사업' 추진을 국정운용의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이를 'MB맨'들이 주축이돼 이끌었다. MB정부는 자원외교 사업의 성과를 널리 홍보했지만, 현재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