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해외직구' 느는데 미래부는 제 발등만 찍는다

2014. 10. 17. 15: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고정미,김시연 기자]

중국 샤오미가 지난 8월 공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Mi4. 성능은 80만~90만 원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급이지만 판매 가격은 30만~40만 원대에 불과하다.

ⓒ 샤오미

스마트폰 '해외 직구(해외 직접구매)' 열풍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해외 직구를 활성화하겠다면서도 정작 구매대행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TV를 구매할 때는 반드시 '전파인증(적합성 평가)'을 거치도록 해 사실상 원천 봉쇄하기로 한 것이다. 스마트폰 해외 직구에 큰 걸림돌로 등장한 방송통신기기 '전파인증'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천송이 코트'는 되고 '샤오미폰'은 안 된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통소협)은 최근 값싼 중국 샤오미 스마트폰을 공동 구매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국내 80만~90만 원대 스마트폰 성능에 가격은 30만 원대에 불과하지만, '전파 인증' 벽을 넘으려면 공동 구매 물량을 수천 대는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외 직구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아마존, 이베이 등 외국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 대표적이고 또 하나는 국내 구매대행업체를 통하는 방식이다. 해외 직구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직접 구매를 선호하지만, 언어 장벽과 복잡한 통관 절차 때문에 구매대행업체를 통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외국 방송통신기기를 국내에 들여오려면 반드시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전파 인증'을 거쳐야 한다. 다른 기기들과 전파 혼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이유다. 다만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들여올 때는 단말기 1대까지 예외를 인정해왔다. 당시에도 이미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등 국내 미출시 단말기를 '직구'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단말기 개인인증 벽, 아이패드가 허물다).

문제는 구매대행업체도 전파인증 면제 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 정부는 구매대행업체를 일종의 수입업체로 간주하고 단속했지만 법원은 구매 대행이 개인의 매매를 중개할 뿐 직접적인 판매 목적이 없다고 보고 번번이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예 전파법을 바꿔 구매 대행도 전파인증 대상으로 못 박았다.

오는 12월 4일부터 시행되는 전파법 개정안에는 "누구든지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아니한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판매를 중개하거나 구매 대행 또는 수입 대행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58조 2의 10항)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인증비용 3300만 원에 회로도까지? 구매대행업체 탈출 러시

스마트폰 '해외직구' 전파인증 받아야 하나? 오는 12월 4일 전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구매대행업체가 스마트폰, TV 등 외국 단말기를 들여오려면 반드시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만 소비자 본인이 직접 구매하거나 배송대행업체를 통할 때는 1대까지 면제받는다.

ⓒ 고정미

미래부는 "미인증기기 불법 유통에도 처벌 대상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판매중개업자와 구매·수입대행업자를 처벌 대상에 포함하여 모호했던 처벌 대상을 명확히 하는 조치"라고 법 개정 취지를 밝혔지만 비싼 전파인증 비용과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구매 대행이 원천 봉쇄된다는 게 함정이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3일 미래부 국정감사에서 보급형 스마트폰 전파 인증 비용이 3316만5000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모델 당 구매량이 고작 수십 대에서 수백 대 정도에 불과한 중소 구매대행업체에겐 '배보다 배꼽'인 셈이다.

'반값 스마트폰 공동구매'를 추진 중인 이용구 통소협 이사는 15일 "판매 목적도 아니고 소비자에게 값싼 단말기를 보급하겠다는 건데 전파 인증을 받으라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공동구매를 하면 제조사를 상대로 가격 협상력이 생겨 더 싸게 들여올 수 있는데 결국 개개인이 외국 쇼핑몰에서 더 비싸게 사오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용구 이사는 "물량이 3300대만 되면 대당 1만 원씩만 부담하면 된다"면서 전파 인증도 감수할 작정이다. 하지만 전파인증 비용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구매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강신욱 바이블 대표는 "전파인증 비용도 문제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제조사에서 제품 회로도를 받아 제출해야 하는데 우리 같은 중소업체에 줄 리가 없다"면서 "수입 물량이 최소 수천 대에서 수만 대는 될 때 가능한 얘긴데 아예 수입 총판을 하라는 거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내 구매대행업체들 사이에 아예 홍콩 등 외국으로 법인을 옮기는 '엑소더스'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외국 쇼핑몰에서 직접 단말기를 주문하면 '직접 구매'로 간주하기 때문에 전파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 결국 국내에 법인을 둔 구매대행업체들만 역차별을 받는 셈이다.

값싼 스마트폰 사겠다는데... 결국 삼성 살리기?

이미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전파법 개정안이 뒤늦게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지난 10월 1일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보조금이 줄면서 해외 스마트폰 직구가 눈에 띄게 늘어서다. 바이블의 경우 단통법 시행 이전 한 달 1000건 정도이던 스마트폰 구매대행 건수가 이달 들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때문에 이번 조치가 결국 '삼성전자 살리기'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가뜩이나 '외산폰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값싼 해외 단말기 직구까지 막으면 삼성, LG 고가 스마트폰 독점 현상이 더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신욱 대표는 "국내 출고가가 80만~90만 원대인 삼성 갤럭시노트3 자급제폰도 외국에서 60만 원대에 들여올 수 있어 이통사 요금할인 받고나면 오히려 이득"이라면서 "값싼 해외 스마트폰이 많이 들어와 국내 스마트폰 출고가가 떨어지면 가계통신비를 낮추려는 미래부에게도 좋은 일인데 내수 시장 보호만 앞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미래부 관계자는 "전파법 개정은 이미 지난 18대 국회부터 추진한 건데 공교롭게 시기가 단통법과 맞아떨어졌을 뿐"이라면서 "소비자들이 1대씩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건 상관없지만 구매대행업체들이 인터넷 쇼핑몰처럼 미인증 단말기를 대량 유통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소비자가 해외 쇼핑몰에서 제품을 직접 구매한 뒤 배송대행업체를 통하는 경우엔 전파인증 면제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폰6 전파인증 또 받아라?... 국회 '원상 복귀' 추진

해외 직구 사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아마존. 국내 진출 추진설로 나오고 있다.

ⓒ 아마존

그렇다면 전파인증은 왜 받아야 하는 걸까? 미래부는 "적합성 평가는 기기 간의 전파 혼신을 막고 전자파로부터 인체를 보호하여 국민의 재산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라고 밝혔지만, 이미 한 번 전파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도 수입업자가 달라지면 다시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실제 애플코리아는 오는 31일 아이폰6 국내 출시를 앞두고 지난 13일 전파인증을 받았지만 다른 구매대행업체나 수입업자가 외국에서 직접 아이폰6를 들여오려면 따로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 '판매업자'인 애플코리아에서 전파 인증을 받아 구매대행업체도 '병행 수입'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에 미래부 전파기획팀 관계자는 "모델명이 같더라도 나라마다 부품이 달라 같은 제품으로 볼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국내 인증을 거쳐 이미 판매 중인 제품을 '병행 수입'할 경우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 구매대행업체뿐 아니라 직구족까지 비난에 가세하자 국회에선 전파법을 개정 이전으로 '원상 복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장병완 의원은 지난 13일 미래부 국감에서 "외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해외 단말기를 구매하고 있는데 구매 대행을 위축시켜 소비자 불만을 가중할 수 있다"면서 "개인 직접 구매와 법률적으로 차이가 없는 구매 대행도 동일하게 전파 인증을 면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양희 미래부 장관도 "이번 전파법 시행에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장 의원의 법안 재검토 요구에 동의했다.

장병완 의원은 구매대행 전파인증을 규정한 전파법 신설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새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장병완 의원실 관계자는 15일 "빠르면 금주 중 개정안을 발의해 12월 4일 법 시행 이전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