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반발.. 가톨릭 '동성애 품기' 불발

입력 2014. 10. 19. 20:06 수정 2014. 10. 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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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회의 보고서 문구 삭제"찬성 과반 넘어 고무적" 평가도

동성애를 포용하려던 가톨릭의 '혁명적 시도'가 보수파의 반대로 무산됐다.

주요 외신은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마지막 날인 18일(현지시간) 공개된 최종보고서에서 동성애 관련 언급이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초안에는 '동성애자들도 기독교 공동체에 헌신할 재능과 자격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혼했거나 재혼한 신자의 영성체 참여 허용에 관련한 문구도 최종보고서에서 빠졌다. 다만 '결혼하지 않고 사는 남녀 커플 등 이성 시민 결합에도 긍정적 요소가 있으며 피임도 존중할 여지가 있다'는 내용은 포함됐다.

교황청은 초안의 동성애 관련 내용이 보수파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투표를 앞두고 '동성애 성향이 있는 남녀를 존중하는 태도로 환대해야 한다'는 완화된 구절로 대체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투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문구를 최종보고서에 포함할지 묻는 투표에서 찬성이 118표로 반대 62표를 웃돌았지만 통과 요건인 전체 3분의 2에는 미치지 못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은 최종보고서 채택 과정에 대해 가톨릭 개혁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 등 진보파와 이에 저항하는 보수파의 깊은 갈등이 표면화됐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실망을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19일 시노드 종료 미사에서 "신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우리를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인도한다"며 "새로운 도전에 용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를 위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며 숙성을 위한 1년의 시간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노드 결과가 고무적이란 분석도 있다. 가톨릭의 전통적 금기에 대한 공개적 토론이 이뤄졌으며, 비록 찬성 여론이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지만 과반을 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가톨릭 동성애 옹호 단체 '뉴웨이즈미스트리'는 "동성애 환대에 대한 언급이 빠져 매우 실망스럽지만 시노드가 이 문제를 열린 태도로 토론했다는 점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최종보고서는 각 교구로 전달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내년 10월 열리는 시노드에서 다시 논의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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