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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난 게이" 한마디로 잡스 그늘 벗어나 .. 애플 혁신 새 심벌 되나

전수진 입력 2014. 11. 01. 00:50 수정 2014. 11. 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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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CEO 팀 쿡, 커밍아웃 그 후미국 500대 CEO 중 첫 성소수자 클린턴 "경의" NYT "역사적 선언""쿡의 시대 차별화" "보수 고객 반발" 커밍아웃 효과 놓고는 의견 갈려동성애 금지 78개국 매출 타격 우려 러시아 의원 "입국 금지시켜야"

'미국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은 5%, 흑인은 1%, 성소수자는 0%'. 보수적 기업 문화를 비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수치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CEO가 500대 기업 CEO 중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선언하며 0%는 0.2%로 올랐다. 숫자는 미미하지만 그 반향은 크고도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경의를 표한다"(빌 클린턴 전 대통령)부터 "진정한 리더가 뭔지 보여줬다"(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각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역사적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흥미로운 건 그의 커밍아웃 시점이다. 그의 성적 정체성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까웠다. 성소수자 잡지인 '아웃'이 지난해 '가장 영향력 있는 동성애자 50인'을 선정하며 그를 1위에 올리기도 했다. 쿡 본인은 고향 앨라배마주를 방문해 "주 정부가 성소수자를 더 보호해야 한다"고 연설하는 등 성소수자 문제에 적극성을 보여왔다. 그런 그가 왜 지금 커밍아웃을 했는지 그 배경이 주목된다. NYT는 "쿡이 동성애자라는 사실보다 그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애플의 감성 호소 작전의 일부"(USA투데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시대 흐름이 그의 결심에 영향을 줬고 소비자들에게 호소력이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커밍아웃이 애플의 기업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줄 거란 시각도 있다. 일반 기업이 아니라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애플의 새로운 진화로도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광적일 정도로 비밀을 지키며 정보 공유를 꺼렸던 애플이 쿡 체제에서 바뀌고 있다"며 그의 커밍아웃이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성소수자와 같이 정치·사회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쿡 개인에게 커밍아웃이 긍정적 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의 허핑턴포스트는 쿡이 커밍아웃을 통해 "아이콘이 됐다"고 치켜세웠다. 2011년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안정적 관리자'의 이미지를 가진 그가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와 유산을 확립했다는 시각이다. 허핑턴포스트는 "쿡은 전임자의 거대한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그러나 커밍아웃 한 번으로 그는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났으며 잡스가 절대로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미국을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이번 커밍아웃이 잡스와 쿡을 확실히 차별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쿡은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전진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 왔다. 잡스가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중국을 애플의 최대 시장으로 삼아 올해 2분기에만 중국에서 59억 달러(약 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잡스가 절대 하지 않았던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도 적극적이어서 올해 1분기엔 180억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는 이 기간 중 애플 주가가 25% 오르는 데 기여했다. 지난 9월 출시한 아이폰6의 디자인은 잡스의 유산을 버렸다. 함께 선보인 손목시계 형태의 '아이워치'는 쿡의 작품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커밍아웃은 잡스와 차별화된 쿡의 시대를 대변하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쿡의 커밍아웃을 사업 전략이라고 평가하기엔 그 리스크가 너무 컸다. 애플 매출의 60%는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지만 동성애를 금지하는 국가도 78개국이나 된다고 NYT는 지적했다. 동성애 반대 법안이 존재하는 러시아도 애플의 시장이다. 실제로 쿡의 커밍아웃 이후 러시아의 한 의원은 "쿡의 러시아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성소수자는 여전히 민감한 문제다. 쿡의 고향인 앨라배마를 포함한 미국의 29개 주에서는 기업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임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합법이다. 지난달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됐으나 종교에 따른 신념 등을 이유로 성소수자에 대한 반발심도 만만치 않다. "쿡의 커밍아웃이 성소수자 권리의 논란에 새로운 전선을 만들었다"(로이터)는 얘기까지 나온다.

 기업은 특히 성소수자 문제에 민감하다. 포드의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앨런 길무어는 NYT에 "불필요한 리스크를 싫어하는 기업으로선 조금이라도 논란거리를 가져올 CEO를 피하기 마련"이라며 "나도 게이였지만 커밍아웃 못했다. 그럼에도 내가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 등을 두고 소문이 무성했고, 결국 최고 자리에까지 오르지 못했다"고 했다. 영국 최대 석유화학기업 BP의 전 CEO 존 브라운은 게이라는 사실을 숨겨오다 2007년 전 남자 친구의 폭로로 CEO직을 사임했다.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는 성소수자의 83%가 회사에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비밀로 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쿡의 커밍아웃이 가져오는 반향은 크다. 딜로이트에서 차별금지 정책을 담당하는 크리스티 스미스는 NYT에 "회사에서 동성애를 쉬쉬하는 이유는 동성애자이면서 성공한 CEO가 없기 때문"이라며 "쿡의 이번 발언은 젊은 성소수자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풀이했다.

쿡은 동성애자임을 밝힌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기고문에서 "커밍아웃은 정의를 위한 길을 닦기 위해 내가 내려놓은 하나의 벽돌"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트레버 버지스 C1파이낸셜 CEO는 "애플의 CEO가 커밍아웃한 것은 벽돌 하나가 아니라 600만 개 이상의 가치와 파급력이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쿡의 커밍아웃 후 애플 주가는 지난달 30일 0.34% 하락했으나 같은 기술주인 마이크로소프트(1.22%)·인텔(3.95%)보다 하락폭이 적었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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