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다음주 수능인데.. 한국시리즈가 싫은 목동 高3 엄마들

홍준기 기자 입력 2014.11.08. 03:27 수정 2014.11.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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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양천구 목동 5단지 아파트에 사는 주부 박모(46)씨는 7일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다른 단지에 있는 독서실로 보냈다. 13일 수능까지 1주일도 안 남았는데 집에서는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홈팀 넥센과 삼성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가 열린 목동구장에서 넘어오는 함성과 응원소리로 집에선 TV소리가 안 들릴 정도였다. 외야에 좌석이 없어 소리가 쉽게 퍼져나가는 목동구장과 도로 하나(경인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5단지가 바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박씨는 5단지에 있는 독서실 보다는 1∼2㎞라도 먼 곳에 있는 곳으로 보내야 아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씨는 "이 동네에선 수험생이 다닐 독서실을 고를 때는 방음이 얼마나 잘되는지가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목동을 연고로 하는 넥센이 2008년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목동 학부모들에겐 그저 악몽일 뿐이다. 학군 좋기로 강남과 쌍벽을 이루는 이곳 학부모들에게 목동구장은 늘 원성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아시안게임으로 프로야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국시리즈 3, 4차전(7~8일)이 수능시즌과 겹쳐버려 여느 포스트시즌보다 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음뿐 아니라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야구장 조명,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길게 만드는 경기 후 교통 체증도 수험생들을 괴롭힌다. 특히 고3 아들을 둔 학부모들은 "차분하게 막바지 정리를 해야 할 시점에 최대 악재를 만났다"고 말한다.

이 지역 고3 학부모들은 넥센이 올해 일찌감치 선전을 이어가자 방음창을 설치하거나 아이들을 집과는 조금 떨어진 학교와 학원에서 늦게까지 자습을 시키고 데려오는 방법을 택했다. 고3 수험생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연장전이라도 안 해서 학원 자습실에서 11시쯤 아이를 데려올 때 길이나 안 막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아예 이사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목동 5단지에서 목동야구장 소음피해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박근배(42)씨는 "제가 아는 고3 학부모만 벌써 세 집이 이사를 떠났다"고 했다. 부동산업체 관계자 역시 "야구장이 있다 보니 수험생 부모들은 조금이라도 야구장과 거리가 있는 단지로 이사하거나 이 지역을 떠나기도 한다"고 했다.

화가 난 학부모들은 서울시와 양천구청에 항의를 해보지만, 이들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휴식기를 갖는 바람에 수능을 앞둔 시기까지 경기가 열리게 됐다"며 "국가적 행사로 인해 생긴 상황인 만큼 주변 주민들이 조금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불편을 겪는 학부모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내년 6월이면 고척 돔구장 공사가 끝나고 구장 이전에 대해 잘 협의를 해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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