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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저출산의 늪'..맬서스의 저주는 이어지나

김상윤 입력 2014. 11. 08. 11:01 수정 2014. 11. 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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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 놓인 아기바구니가 많이 비어 있다. 저출산 문제는 이제 국가 존립차원에서 극복해야할 과제다. 이데일리DB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인구론'의 저자인 토머스 맬서스는 1789년 인구 억제를 주장한 대표적 학자다. 그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적으로 늘어난다고 봤다. 결국 식량 부족이나 빈곤 문제는 불가피한 운명이고, 인간사회는 결국 부유한 소수와 빈곤한 다수로 갈릴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국가 차원의 빈곤 구제 노력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도 못한 채 악영향만 끼칠 수밖에 없기에 그는 과감한 주장을 내놨다. 빈민가를 더 좁고 더럽게 조성해 전염병이 돌도록 유인하고 질병 퇴치 노력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개혁주의자들은 맬서스의 철자를 고쳐 '몬스터(Monsterㆍ괴물)'라고 비난했지만, 가난한 사람 때문에 국가 부양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부자들은 쌍수를 들며 반겼다.

맬서스의 저주는 21세기 한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인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인당 출산율)은 1.19명로, 1년 만에 다시 '초저출산국(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멍에를 썼다. 2012년 합계출산율 1.3명을 기록해 간신히 초저출산국을 탈출했다가 다시 고꾸라졌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70년 뒤면 우리나라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심각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이데일리가 지난 5일에 내보낸 '방치된 저출산 ·고령화' 시리즈는 포털사이트에서 댓글이 6000여개가 달릴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한 네티즌은 "낙태를 하거나 이민을 하는 게 낫지 이딴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나게 할 수는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국가가 저출산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보육료·양육수당을 지급하고, 무상급식 등도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중앙정부·지방정부·교육청 간 힘겨루기를 하면서 삐거덕대는 상황이다.

'인구 위기'는 단순히 경제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극복해야 한다. 저출산 원인이 고용 문제, 청년층의 소득 문제, 주택 문제 등 여러 사회·문화·경제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혀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조적인 불안이 가장 큰 걸림돌임에도 단순히 인센티브를 준다는 차원으로 출산율을 올리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꾸준히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차근차근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할 때 그제야 '아이를 낳고 싶다'는 분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인구론'의 배경이 된 영국은 지금은 국가와 사회가 자녀를 키운다는 인식이 일반화해 있다.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프랑스도 구체적인 출산장려책을 쓰면서 이젠 출산율을 평균 2.01명까지 끌어올렸다.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인식은 이제 우리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명제가 아닐까.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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