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野 '신혼부부 집 한 채' 실험..'돈키호테 발상'인가 '묘수'인가

조성현 기자 입력 2014. 11. 14. 12:06 수정 2014. 11.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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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조달 방안, 형평성 논란 속..저출산 대책 논의 촉발 기대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씩'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1.19명에 불과해 OECD 평균 1.7명에 크게 못미치는데, 신혼부부들의 주택 마련 걱정을 덜어주면 저출산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취지입니다.

새정치연합 당내에서 우윤근 원내대표와 백재현 정책위의장 등 80여 명의 의원들이 동참한 포럼까지 만들고 어제 토론회까지 열었습니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한 만큼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입니다.

홍 의원의 구상은 우선 2015년 신혼부부 3만 쌍에게 새로지은 임대주택을 지어주고, 2만 쌍에겐 주택자금을 2%의 싼 금리로 대출해주겠다는 겁니다. 재원은 국민주택기금의 여유자금 3조 원 정도에 정부예산 2400억 원을 더해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국민주택기금은 국민이 가입한 청약저축과, 집 살 때 사는 국민주택채권 등으로 조성한 기금입니다. 전체 53조 원 정도 운용되는데, 2015년 여유자금이 15조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홍 의원은 이 15조 원 가운데 일부를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기금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겁니다.

홍 의원은 첫해 5만 쌍으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을 100만 채 이상 추가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신혼부부에게 5~10년간 제공해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해, 저출산 극복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보도에 대해 네티즌이나 전문가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정책을 추진하려면 정부 여당을 설득해야하는데, 정부 여당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선 허황된 공약으로 개그프로그램 소재가 된 허경영 씨 사례를 거론하며 마치 '허경영표 공약' 같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우선 재원 조달 방안의 현실성입니다. 홍 의원은 첫해분 임대주택 건설 기금 3조 원을 국민주택기금 여유자금에서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2016년 이후에도 같은 방식을 준용해야 하는데 국민주택기금에서 매년 수조 원씩 가져오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내년도 기금 여유자금이 15조 원인데, 이 기금은 긴급한 정부 정책에 투입할 수 있는 일종의 예비비 성격이어서 그렇게 막 가져다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유자금이라도 해도 정부의 긴급한 임대주택 정책 등에 투입될 때를 대비해 보관할 돈이지, "그냥 놀리는 돈"이 아니라는 이유입니다. 홍 의원이 구상한 재원 마련 방법의 핵심이 '기금 활용'인데, 이 부분에 차질이 생기면 계획 전체가 이행이 어렵게 될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형평성 문제입니다. 사실 재원 조달 방안이야 아이디어를 내서 어떻게든 해결책을 마련해볼 수 있다해도, 전체 국민이 느끼는 형평성 논란은 정책을 내놓은 홍종학 의원측도 딱히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선 '국민주택기금'과 정부 예산이라는 '공공재'를 "왜 신혼부부에게만 혜택을 줘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저소득층이나, 노년가구, 1인 가구 등 주택 수요를 필요로 하는 계층은 다양한데, 왜 신혼부부만 혜택을 주느냐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홍종학 의원은 "우리 국민 평균 연령이 40세에 가까워지는 등 경제 회복이 어려운 국면인 만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력 손실을 타개하기 위해 어느 정도 형평성 논란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입니다.

셋째, 임대주택이 부족해서 신혼부부가 집을 구하지 못하느냐는 의문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매년 임대주택의 30%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고 있는데, 수년 째 미달을 기록하고 있다는 겁니다. 주택은 있는데, 들어가려는 신혼부부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정치권에선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 무상 복지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당장 새누리당은 홍 의원의 정책에 대해 "또다른 무상 시리즈"라며 평가절하했습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나라 경제 거덜날 판에 또 무상시리즈냐"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의원의 제안은 논란의 정도를 떠나, 우리 정치권이 '저출산 타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논쟁거리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현실에 꼭맞는 좋은 정책은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경쟁하듯 쏟아지는 다양한 정책과 제안 속에서 나오지 않겠습니까.

▶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씩 주자"…현실성 논란 조성현 기자 eyebro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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