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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 포기한 청춘들 "저출산 대책 남의 일"

입력 2014. 11. 14. 13:24 수정 2014. 11. 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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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저출산, 해법을 찾는다' 세미나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 마련. 우리는 이 중에서 몇 가지를 포기하며 살고 있습니까?"

스크린에 뜬 질문을 보고 방청석에 모인 20∼30대 남녀 120명이 현장 투표장치의 버튼을 누른다. 이 가운데 하나를 포기했다는 사람이 25.2%, 2개가 29.0%, 5개를 모두 포기했다는 사람도 3.7%나 있었다.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람은 29.0%에 그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사회보장학회가 14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세미나 '한국사회의 저출산, 해법을 찾는다'에서는 '아이 낳을 수 없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6개월간의 공기업 청년인턴 후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다시 취업준비생 신분이 된 장아영(여·29) 씨는 "취업도 어려운데 육아는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무엇보다 아이에게 내가 겪는 고통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역시 미혼인 비정규직 직장인 이수현(여·33) 씨는 "비정규직이라는 상황 때문에 주거나 결혼, 출산, 자녀계획 같은 인생의 장기 계획을 전혀 세울 수 없다"며 "비정규직을 위해 출산·육아 대체인력을 뽑아주는 회사는 거의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 신분으로의 출산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미 결혼을 한 사람에게도 저출산의 원인은 노동시장이나 노동문화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결혼 후 아직 자녀가 없는 직장인 김하영(여·32) 씨는 "워킹맘들의 애환을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에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 애를 쉽게 가지지 못하고 있다"며 "양가 부모님이 모두 지방에 계셔 현실적으로 어떻게 아이를 키울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회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알고 있지만 개인적인 행복이나 삶의 질을 생각할 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두 돌 아이를 둔 워킹맘 전자영(여·32) 씨는 "운좋게 시어머니가 애를 봐주실 수 있어서 야근 많은 직장에서도 일을 계속할 수 있지만 시어머니가 늙어가시는 것을 보면 둘째를 낳기는 힘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패널들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현실이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세 자녀를 낳으면서 일을 그만둔 소위 '경력단절녀' 소지애(여·42) 씨는 "한동안 육아에 전념하다 이제는 경제적 지원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재취업을 시도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오전에만 일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고 있다해도 보수가 시간당 5천원 정도여서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선뜻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소씨는 "정부가 나같은 사람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며 "나는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아이를 많이 낳았음에도 주위에 결혼하려는 사람에게 '꼭 해야하느냐'고 묻게 된다"고 씁쓸해 했다.

곧 결혼을 앞둔 서한석(35) 씨는 "결혼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집"이라며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은 정부도 매우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했지만 해법은 간단하게 모아지지 않았다.

세미나 초반에 참석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저출산 해소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무언가 구멍이 있지 않은가 늘 고민하고 있다"며 "논의를 귀 기울여 듣고 새겨서 저출산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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