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허경영 공약이라고? 싱글세보다 나은 저출산 대책"

입력 2014. 11. 15. 09:49 수정 2014. 11. 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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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주영,유성호 기자]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씩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저출산 문제는 한국경제의 존망이 달린 문제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포퓰리즘', '제2의 허경영 공약'….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출범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을 향해 제기되는 비판들이다. 당의 목표는 저출산 해소를 위해 2015년부터 신혼부부 5만 쌍에게 임대주택을 지원하겠다는 것. 과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결혼 7개월째인 '신혼' 기자 입장에서 솔깃한 내용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심도 들었다. 무상급식·보육을 두고 정국이 시끄러운 마당에 추가 재원 마련은 어떻게 가능할 것이며,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출산율이 올라갈까.

포럼을 주도한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은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지난 14일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가능하다"라는 표현을 반복했고, 통계나 예산안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현실적인 정책임을 증명하려 했다.

홍 의원은 "신혼부부 3만 쌍에게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나머지 2만 쌍에게는 전세자금대출 등의 금융지원을 하는 방안"이라며 "내년도 국민주택기금 여유자금 15조 원 중 3조 원 정도를 쓰고 국토교통부 예산을 추가로 책정하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무상복지가 아닌 임대주택 정책"이라고 강조하면서 '포퓰리즘' 비판에 반박하기도 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홍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출산 문제는 한국경제의 존망이 달린 문제"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초혼 연령을 낮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결혼의 가장 큰 난제인 주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임대주택 제공과 동시에 양육정책 등을 시행하면 출산율 증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 등이 공공비용을 투자해 출산율을 높인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홍 의원은 "갓 졸업한 대학생도 집 걱정 없이 결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면서 "신혼부부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부모와 아이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공공임대주택 타운을 차근차근 마련해가겠다"라고 약속했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홍종학 의원은 재원 마련에 대해 "국민주택기금은 국채·청약 등에 묶인 돈과 기존 지출 예정액인 11조원 등을 제외하고도 내년도 여유자금이 15조 원 정도 남는다"며 "여기서 3조 정도를 쓰고 추가로 국토교통부 예산 2400억 원을 책정하면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3만 호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유성호

- 왜 하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임대주택 지원을 구상한 것인가.

"우리나라 평균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이 1.19명이다. OECD 국가 중 최저로, 평균치(1.7명)보다 낮다. 경제학자로서 굉장히 놀랐다. 출산율은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다. 이러한 낮은 출산율로는 한국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30년 동안 진행돼왔다. 이미 2001년에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을 찍었다. 이때부터 국가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고, 이 불이 켜진 지 13년이 지났다. 이 추세로 가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존속이 불가능하다. 지금부터 저출산 문제를 개선해도 그 효과가 20년 뒤에나 나타난다. 끔찍한 상황이다. 정치인으로서 가만히 지켜만 봐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주택 지원 정책을 구상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혼인 연령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 여성 초혼연령 평균이 29.6세다. 초혼 여성 절반이 30세가 넘는다. 산부인과에서는 산모가 35세 이상이면 '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산모가 21.6%다. 이들은 간신히 첫째를 낳으면 더 이상 둘째를 낳을 생각을 못한다고 한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게 된다.

혼인의 가장 큰 장애요인 중 하나가 주거문제다. 주택마련에 드는 비용 자체가 큰 부담이다 보니 결혼이 점점 늦어지거나 아예 결혼을 포기한다. 물론 보육정책 등도 저출산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첫 번째 관문을 못 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주거공간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어야 보육정책 등 그 다음 단계가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

- 언제부터 이러한 정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나.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하면서 대학원생을 위한 아파트에 머물렀다. 당시 주변의 미국 친구들을 보면 대학 졸업 후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결혼한 경우가 많았다. 집을 쉽게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일찍 결혼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주택 단지 안에는 육아시설도 있어 아이를 어린이집까지 쉽게 데려다줄 수 있었다. 집에서도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뛰어노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아이를 키우기에는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중소도시에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단지를 지은 다음, 그 안에 어린이집을 마련한다고 생각해보라. 좋을 것 같지 않나. 제대로 시행하면 엄청난 혜택이 신혼부부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학자로서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활동할 때부터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새정치연합에 들어와서도 이 같은 모델을 구체적으로 구상해왔다.

본격적으로 정책 발표를 준비한 건 7개월 전이다. 다른 의원님들께 얘기했더니 다들 '좋은 내용이다, 추진해보자'라고 했다. 사실상 (포럼 추진) 결정은 박영선 원내대표 시절에 이뤄졌고, 최근 예산안 심사 기간에 맞춰서 발표하게 됐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좋은 정책이다, 노력해보자'고 했다."

"무상 아닌 임대주택 정책... 국가 존망 문제에 대처하자는 것"

홍종학 의원은 "혼인의 가장 큰 장애요인 중 하나가 주거문제이다"며 "일단 주거공간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어야 보육정책 등 그 다음 단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유성호

- 주거문제 해결이 저출산 해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스웨덴·영국은 국가가 비용을 투자해 출산율을 올렸다. 이미 공공주택 등이 마련된 상태에서 보육 정책을 적극 시행했다. 덕분에 지금은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높다. 평균 합계출산율이 2명을 넘어섰다.

한국도 정부가 나서서 저출산 대책 차원에서 공공비용을 투자하면 분명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본다. 가장 큰 관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보육 정책을 시행하면 된다. 가능한 모델이다. 정부가 집값 올리는 부동산 정책만 고민하니 안 되는 거다."

- 일각에서는 '선거에 대비한 포퓰리즘이다', '허경영 공약과 다를 바 없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건 무상 정책이 아니다. 임대주택이기 때문에 임대료를 내야 한다. 작은 집은 매달 20만~30만 원, 좀 더 넓은 평수는 50만~60만 원 정도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신혼부부들이 자기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용으로 내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이야기한 것이지, 공짜로 집을 제공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왜 자꾸 악의적인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다. 초혼연령을 낮춰서 아이를 더 낳도록 유도해 국가 존망 문제에 정면으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국민들께 물어보자. 현재 정부가 재벌을 위해 세금을 5조 원 정도 깎아주고 있는데, 그 돈이면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책 5만 채를 지을 수 있다. 한국경제를 위해 어떤 것이 더 좋을까. 과연 재벌에게 돈을 퍼주면 출산율이 늘어날까. 또한 정부에서 거론한 '싱글세'와 신혼부부 임대주택 제공 정책 중 어느 것이 나을까. 제 생각엔 싱글세보다 훨씬 좋은 저출산 대책이라고 본다."

- 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충분히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 국민주택기금은 국채·청약 등에 묶인 돈과 기존 지출 예정액인 11조 원을 제외하고도 내년도 여유자금이 15조 원 정도 남는다. 여기서 3조 원 정도를 쓰고 추가로 국토교통부 예산 2400억 원을 책정하면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3만 호를 공급할 수 있다. 나머지 2만 쌍에게는 전세자금대출 등의 금융지원을 하면 된다."

- 국민연금으로 비용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연금을 쓰면 후대에 부담을 주게 되는 것 아닌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 못하면 국민연금은 향후에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공단 스스로 자기 자금을 미리 마련하는 차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 연금이란 게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를 부양하는 것 아닌가. 공단은 부양 인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따라서 저출산 개선을 위한 정책에 돈을 쓰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 특정 계층에게만 주거 혜택을 주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임대주택을 제공받고 있는 기존 주거복지 대상자들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 정책이다. 정부가 현재 운영하는 규모를 건들지 않으면서, 저출산 해소를 위한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도 전·월세 가격 폭등에 대처하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10·30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나. 우리도 동의한다. 주거복지가 필요한 분들을 위한 주택을 늘리면서, 동시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임대주택 3만 호를 더 짓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공주택 정책이 활성화 되면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분들에게 혜택에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가정 양립하는 마을, 실현 불가능하지 않아"

홍종학 의원은 "신혼부부들을 위해 특화된 임대주택 마을을 만들고 싶다"며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그래서 부모와 아이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마을을 차근차근 마련해가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 기준 선정의 문제도 있다. 어디까지를 신혼부부로 볼 것이며, 매년 신혼부부 5만 쌍을 어떻게 선별할 것인가.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데, 정부가 이미 짜놓은 신혼부부 주거 지원 기준이 있다. 거기에 맞춰서 설계하면 된다. 금융 지원의 경우, 현재 연소득 5500만 원 이하인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제도가 있다. 대출 이자율이 3.3%다. 이를 2%대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임대주택 공급 기준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정책 시행이 결정되면 정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결정할 부분이다."

- 정부 차원에서 이미 비슷한 주택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과 재원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에서 신혼부부 주거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혜택을 누리는 신혼부부들은 20%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급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씩 지어주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그걸 이행 안 했다. 약속해놓고는 돈을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같은 엉뚱한 데 썼다. 이명박 정부가 '4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에 쓴 돈을 임대주택 건설에 대신 투자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얼마나 좋아졌을까 싶다."

- 박근혜 정부에서 신혼부부 등 젊은층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행복주택 정책을 두고도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새로운 임대주택 정책 역시 반대 여론에 가로막힐 수도 있다.

"그동안 임대주택이 혐오시설로 간주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예쁘게 짓고, 거기서 아이들이 뛰어놀게 하면 그곳이 혐오시설로 여겨질 수 있겠나. 장기적으로 100만 호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로 거주 기간을 제한하면 보편적인 주거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재고를 늘려 순환율을 높이면 매년 신혼부부 25만 쌍 대부분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만큼 반대 여론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 현재 국회에서 2015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이다. 이 정책의 비용이 예산에 반영돼 다음해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일단 당에 관련 예산을 마련해달라고 제안했다. 지도부에서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내년에는 기존에 계획한 임대주택 정책을 좀 더 확대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저는 좋다고 생각한다. 1채, 100채, 10000채 씩 늘려 가면 된다. 사실 원래부터 천천히 진행하려고 했다. 내년부터 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수언론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을 듯하다.(웃음)

현실성을 고려하면서 꿈을 그려가고자 하고자 한다. 제 꿈은 갓 졸업한 대학생도 집 걱정 없이 결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젊은 부부가 임대주택에서 부담 없이 시작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랄 때까지 돈을 모아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도록 만드는 게 꿈이다. 더 나아가서는 신혼부부들을 위해 특화된 공공임대주택 타운을 만들고 싶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부모와 아이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마을을 차근차근 마련해가겠다. 절대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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