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그늘.. 소액 절도가 는다

이경원 기자 입력 2014. 11. 17. 03:06 수정 2014. 11. 1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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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해진 서민 삶 반영돼.. 지니계수 개선되면 범죄 감소"

영어강사 이모(43)씨는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절도 및 재물손괴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불안한 기색으로 가방을 꼭 껴안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이씨를 보안요원이 수상하게 봤다. 이씨는 다가서는 보안요원을 피해 황급히 도망치다 교보문고 출입 유리문을 부수고 쓰러졌다.

이씨 가방에선 영어·독일어 등 어학 교재 10권이 나왔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2개월 전에도 이 서점에서 책을 '슬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때 이씨가 훔친 건 영어 단어장 등 5권, 6만9000원어치였다.

옷가게 배달원 이모(24)씨도 최근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6월부터 서울 동작구 편의점 업계에선 "좀도둑이 있다" "면도기 날이 없어진다"는 말이 파다했다. 장본인은 이씨였다. 편의점 본사에서 수사를 요청해 경찰은 이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사진을 각 편의점에 배포했다.

지난달 25일, 편의점에 들어서는 이씨를 종업원이 알아보고 전화 수화기를 조용히 들었다 내려놨다. 자동신고 시스템에 따라 출동한 경찰이 그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편의점 5곳에서 8만3500원어치를 훔쳤다. 지난달 23일 마지막으로 훔친 건 1500원짜리 비누였다.

이런 소액 절도가 부쩍 늘고 있다.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피해액 10만원 이하 절도 사건은 2011년 3만9618건에서 지난해 4만6622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절도 건수 중 피해액이 10만원 초과 100만원 이하인 사건의 비중도 2011년 45.0%(11만2665건)에서 지난해 52.0%(14만4059건)로 커졌다.

소액 절도 증가세에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 살림과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문제가 반영돼 있다. 소액 절도 중 상당수는 '장발장' 범행으로 추정된다. 경찰 조사에서 절도 동기가 '생활비 마련'이라고 밝힌 비율은 2012년 12.4%(1만2198건)에서 지난해 13.6%(1만3124건)로 상승했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빈곤층 노인들이 소주와 담배를 훔치는 건수가 최근 소액 절도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수록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절도 등 범죄 발생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범죄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합법적인 소득 간의 차이가 커질수록 사회 전체의 범죄율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지니계수(빈부격차 지표)가 0.0388만큼 개선되면 범죄 발생이 1만4000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득 분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악화됐다는 게 경제학계의 정설이다.

'온정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사건화'가 많아져서 소액 절도 통계가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순간 실수에 평생 '낙인'을 찍을 수 없다"던 과거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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