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학생도.. 모두 쉬쉬' 미국 명문대학 '성폭행 문화'

임세정 기자 2014. 11. 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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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학 내 오래 전부터 성폭행 문화가 있어왔으나 학교 당국과 학생들이 이를 쉬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12년 버지니아대 신입생이었던 재키(당시 18세·가명)는 교내의 가장 오래된 남학생 사교클럽 파티에 초대받아 갔다가 데이트 상대를 포함한 7명의 남학생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3시간 동안 끔찍한 일을 당한 재키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건물을 빠져나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달려온 세 명의 친구 중 한 명은 당장 병원에 가자고 말했지만, 다른 두 명은 재키의 평판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했다.

미국 잡지 롤링스톤이 최근호에서 명문대학 사교클럽에서 벌어진 이 집단 성폭행 사건을 집중 보도하면서 학교나 학생들이 이런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성폭행 피해자를 두고 친구들이 한 이야기가 사교클럽 활동과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는 버지니아대의 문화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성폭행 사건의 가해 남학생들은 사교클럽 '파이 카파 프사이(Phi Kappa Psi)'에 속해 있다. 이 클럽은 1852년 제퍼슨 칼리지에서 설립됐으며 미국 전역 대학에 지부를 두고 있다.

성폭행 사건에 대한 학교의 대처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롤링스톤에 따르면 버지니아대가 공개한 지난해 교내 성폭행 사건은 38건이다. 9건이 정식 고소 절차를 밟았고 4건은 교내 위원회에 회부됐다. 대학 역사상 지금까지 14명이 성폭행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제명된 사람은 없다.

테레사 설리번 총장은 "왜 학내 성폭행 문제 처리를 개인에게 맡겨두느냐"는 질문에 "여성들이 출세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답했다. 재키는 학장으로부터 "아무도 딸을 '성폭행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롤링스톤은 전했다. 학생을 보호하는 것보다 추문으로부터 학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학교는 뒤늦게 사교클럽 활동을 전면 중단시키기로 하고 재키 사건에 대해 경찰 조사를 요청했다. 버지니아대는 학내 성폭행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데 대해 교육부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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