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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콘돔

입력 2014.11.27. 03:33 수정 2014.11.27.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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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기발한 피임법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섹스 직전 레몬을 반으로 잘라 여인에게 건넸다. 레몬 속의 시트르산(酸)에 살정 성분이 있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특수제작한 황금구슬도 희한했다. 직경 18㎜의 이 구슬이 정액의 자궁경부 진입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회고록에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임신을 피하려고 할 때 이 구슬을 사랑의 성지 그 밑부분에 밀어넣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썼다.

나중에는 황금구슬과 콘돔을 동시에 활용했다. 피임 목적뿐만 아니라 성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그는 이 '안전 두겁'을 '영국 옷'이라고 불렀다. 근대식 콘돔이 1706년 영국왕 찰스 2세의 주치의에 의해 발명됐다는 걸 염두에 둔 것이다. 어쨌든 그는 콘돔 덕분에 평생 132명의 여성과 관계하면서도 피임에 성공했다고 한다.

사실 콘돔의 역사는 길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동물의 내장을 사용했다고 한다. 양의 창자와 물고기 껍질, 붕어의 부레, 동물 가죽, 거북의 등껍질 등을 썼다. 중국에서는 기름을 바른 비단 종이나 염소 내장으로 귀두용 콘돔을 만들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아마포로 만든 콘돔이 등장했다.

15세기 말 네덜란드 상인들은 '감촉이 고운 가죽'으로 만든 콘돔을 일본에 들여왔다. 이전과 달리 이 가죽 콘돔은 음경 전체를 덮었다. 질병 방지가 아닌 출산 통제용으로 썼다는 첫 기록은 1605년 가톨릭 신학자 레오나르두스 레시우스의 신학서 '정의와 법에 관하여'에 나온다.

현대적인 콘돔의 소재는 천연고무인 라텍스에서 출발했다. 그 뒤 폴리우레탄이라는 합성섬유가 개발되면서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최근엔 색상이 다양한 컬러콘돔과 갖가지 향을 담은 향기콘돔, 밤에 빛나는 야광콘돔 등 기발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콘돔시장의 강자로 꼽힌다. 해외에서도 성능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사정이 좀 다른 것 같다. 지난해 3월 상륙한 영국 브랜드 듀렉스가 약진을 거듭하더니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업계 통념을 깬 파격적인 마케팅 덕분이라고 한다. 20~30대를 염두에 두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애, 피임 정보를 제공하고 케이블TV 광고까지 내보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피임약과 함께 자유연애를 가능케 한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히는 콘돔. 그 내밀한 역사만큼 시장도 은근하면서 친밀한 감성 터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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