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근혜 정부가 우리 사회 각종 현안들에 대해 '편 가르기'로 접근하고 있다. 노동 문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고, 세월호 참사나 무상복지 문제를 보수·진보가 대립하는 정치적·이념적 사안으로 만든 게 단적인 사례들이다. "국민을 편 가르거나 선동하지 않고 100% 대한민국 건설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2012년 12월16일)던 박근혜 대통령 공언이 무색한 상황이다. "갈등의 정치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극단적 세력이 이득을 갖게 된다"(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우려가 나온다.
■ 정규직 대 비정규직쉬운 해고… 노동자 두 갈래 나눠 충돌 유도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당시 "좋은 일자리는 늘리고, 있는 일자리는 지키고, 나쁜 일자리는 좋게 끌어올린다"는 '늘·지·오' 공약을 했다. 고용안정을 우선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약속했다. 정작 정책 추진 과정에서 경제수장의 발언은 엉뚱한 쪽으로 튀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들이 겁이 나서 정규직을 못 뽑다 보니 비정규직만 양산되고 있다"고 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으로 정규직은 '기득권 집단',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권리를 빼앗긴 '피해자'가 됐다. 기업은 '겁을 먹은' 또 다른 피해자로 봤다. '노사정' 중에서 '노'만 두 갈래로 나눠 싸움을 붙이고, 정책과 고용 주체인 정부와 사측은 책임에서 빠졌다.
■ 무상보육 대 무상급식무상급식… 야당의 대표적 복지정책 폄훼
최근 무상보육(누리과정)과 무상급식을 둘러싼 '예산전쟁'에서 여권은 다시 이분법을 꺼내 들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박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에 중앙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무상급식'을 반격 도구로 들고 나왔다. 지방교육청 재량 사항인 무상급식에 돈을 쓴 게 문제였다는 논리다.
지난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주창하면서 상당 부분 사회적 합의를 이룬 복지 문제를 사안별로 쪼개 다시 '논쟁' 속으로 후퇴시킨 것이다. 무상급식 도입 당시 이를 반대한 여권의 단골 멘트였던 "재벌의 손자에게까지 무상급식"(이장우 원내대변인)이라는 표현도 다시 불러냈다. 최 부총리도 "법에 규정된 의무지출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교육감들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무상급식 등에 재량지출 예산을 푹푹 쓰고 있다"고 거들었다.
■ 공무원 대 국민공무원연금… 여론수렴 없이 일방적 추진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내 처리'를 목표로 전방위 여론전에 나서면서 "공무원연금 문제는 국민 모두의 문제"(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라거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형평성'을 거론하고 있다.
공무원을 개혁 대상으로 만들어 국민과 공무원을 대척점에 세우려는 듯한 모습이다. 이에 여권에 우호적인 한국교총조차 "정부와 새누리당에 공무원들이 도둑놈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갈라치기 전략을 쓰고 있다.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과 당·정·노 실무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한 게 대표적이다.
공노총이 전국공무원노조 등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전국 공무원단체 50여개가 모인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공투본의 '단일대오'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 세월호 가족 대 국민세월호 유족… '색깔론' 등으로 분리 전략
세월호 정국에서도 통합보다는 분열이 횡행했다.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해 국가적 위기를 헤쳐 나가는 통합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여당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일반 국민들로부터 분리하는 데 급급했다. "경제살리기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면서 마치 세월호 가족들이 경제와 민생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프레임을 만들었다. 특례입학이나 보상금 문제로 초점을 돌리면서 일반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외부 불순세력 개입' 등 색깔론도 덧씌웠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가족들의 만남 요청을 외면하는 등 여권의 의도적인 세월호 방치가 길어지면서 세월호 가족들은 점점 고립됐다. '일베' 회원들은 단식 중인 유가족 옆에서 치킨·자장면을 먹는 폭식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왜곡된 증오심도 표출됐다. '세월호 피로감'을 이유로 한 '일상으로 복귀하자'는 주장은 진영 논리를 부추겼다. 그 과정에서 세월호 가족들도 단원고 희생자와 일반인 희생자 유족들로 편이 갈리게 됐다.
<김진우·유정인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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