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시드니 인질극] 인질범과 맞선 두 영웅.. 호주를 울리다

손병호 기자 입력 2014. 12. 17. 03:26 수정 2014. 12. 1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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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매니저 토리.. 존슨 새벽녘 인질범 잠든 사이 격투 총기 빼앗으려다 총 맞아 숨져

시드니 카페 인질극 진압 직전 인질 2명이 범인과 용감히 맞서거나 동료를 보호하다 숨진 사실이 알려져 호주 사회가 이들의 영웅적 행동을 추모하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카페 매니저 토리 존슨(34)은 인질범이 잠든 사이 총을 빼앗으려다 총에 맞아 숨졌다. 다른 희생자인 여성 변호사 카트리나 도슨(38)은 임신한 직장 동료를 보호하려다 사망했다. 이들은 평소에도 남을 배려하는 데 앞장서온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6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에 따르면 존슨은 이날 새벽 2시쯤 인질범 만 하론 모니스가 잠든 사이 총을 빼앗으려 시도했다. 존슨은 모니스와 몸싸움 끝에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다. 이 총격을 계기로 경찰은 카페 진입 작전을 시작,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고 호주 ABC방송 등은 전했다.

존슨은 사건이 발생한 린트 초콜릿 카페에서 2년 전부터 일해 왔다. 그는 미국에 유학 가 워싱턴주립대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는 등 서비스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열정을 다해왔다. 그를 6년 넘게 봐왔다는 시드니의 한 레스토랑 주인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청년이었다. 자신은 늘 나중이었다"고 회고했다. 린트 카페 측도 성명을 내고 "존슨은 카페의 리더로서 늘 다른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그의 부모는 "정말 더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아들이었고, 우리 삶의 소중한 동반자였다"고 애통해했다.

도슨은 같은 로펌의 동료와 커피를 마시던 중 변을 당했다. 그녀는 인질극 내내 임신한 동료가 다치지 않도록 애를 썼다. 도슨은 고교 졸업 때 주(州) 수석을 했고, 시드니법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 시험도 수석 합격했다. 두 언니와 남편 역시 촉망받는 변호사다. 또 로펌 일과 별도로 지역사회 무료 법률센터에서 자원봉사도 해왔다. 레드펀 법률센터는 성명을 통해 "도슨은 자원봉사자 중 가장 열성적인 변호사였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8세, 5세, 3세의 세 아이를 둔 엄마여서 그녀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더 슬퍼하고 있다. 호주 시민들은 두 '영웅'을 기리기 위해 린트 카페 주변에 앞 다퉈 꽃다발을 갖다놓았다. 교회와 성당에선 추모예배와 미사가 잇따라 열렸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인질극 사건 이후 반(反)무슬림 정서가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선량한 대다수 무슬림을 보호하자"는 사이버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호주 브리즈번타임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이철 제이콥스(37)라는 여성은 브리즈번 지하철에 탄 한 무슬림 여성이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 히잡을 억지로 벗자 그녀에게 다가가 "걱정마요, 제가 당신과 같이 있어 줄게요"라고 말했고, 이 사연을 인터넷에도 올렸다. 이후 트위터에서 '내가 같이 타 줄게요'(#illridewithyou)라는 사연이 잇따라 퍼져나갔고 지금은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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