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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생각하는 5분

전혜원 기자 입력 2014. 12. 24. 09:05 수정 2014. 12. 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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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남자친구가 '너를 만나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만큼 잘 살아온 사람이 아닌데….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합니다. 웃는 모습이 좋고, 마음도 몸도 좋습니다. 당신들의 사랑만 사랑인 것은 아닙니다. 나의 사랑도 사랑입니다.'

열아홉 소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마이크를 타고 울리는 그 음성을 서울시청 농성에 참여한 100여 명이 숨죽여 들었습니다. 그가 하고 있는 게 사랑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시청 한쪽에서 찬송가를 틀어놓고 예배를 드리던 당신들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당신들은 '사람 짓을 해야 사람대접을 받지'라고 말했습니다. '동성애 반대가 올바른 인권 주장'이라 했습니다. 그 '올바른 인권 주장' 때문에, '사람대접' 못 받을까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지 못하는 걸 두고 이들은 '벽장에 갇혀 지낸다'고 표현합니다. 교회에 다니는 한 성 소수자가 무지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가자, 그 교회의 목사님은 무지개를 가위로 잘라낸 채 예배를 드리게 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 것입니다.

당신들이 미워하는 그들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한 성 소수자의 부모는 아들이 스물일곱이 되어서야 게이인 것을 알았다고, 그러고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3년이 더 걸렸다고 했습니다. 다른 부모는 '그렇게 태어난 걸 반대하면 어쩌라는 거예요?'라고 제게 되물었습니다. 부모들은 '요즘은 남자 며느리만 안 데려오면 다행이라더라'는 친구의 농담에 상처받습니다. 난무하는 인터넷 댓글에 '우리도 이런데 아이들은 무슨 죄냐'라고 아파합니다. 그런 것입니다.

영화 <인셉션>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거기 나오는 배우 엘런 페이지는 올해 초 커밍아웃을 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차이점 때문에 서로를 공격하는 대신 5분만 투자해서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더 쉽고 잘 사는 법이에요. 궁극적으로 목숨을 구하기도 하죠.'

'사랑의 주 내 갈길 인도하니…' 당신들이 틀어놓은 찬송가의 한 대목입니다. '사랑의 주'는 누군가를 '차별하지 말자'는 일에 반대 목소릴 높이는 당신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실까요. 애초에 예수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지 않으셨습니까.

전혜원 기자 /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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