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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나는 부족"..'외둥이 비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혜진 기자 입력 2015. 01. 09. 09:57 수정 2015. 01. 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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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 제보란에 올라온 글입니다.

"출산 장려 포스터 공모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데, 외동 아이를 인격적으로 모자라고 자기 중심적이라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고, 외둥이 이미지를 시들어 있는 떡잎으로 표현했는데 외동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도저히 울분에 차서 화를 참을 수 없습니다."

제보자께서는 해당 출산 장려 포스터는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하고 교육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후원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제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보니, 교육부 후원이라는 점에서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하나는 부족합니다."

"외동아에게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나 인간적 발달이 느리고 가정에서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이루어 보았으므로 자기 중심적이 되기 쉽습니다."

이 작품이 금상이라면 과연 대상을 포함한 다른 작품들은 어떤 내용일까? 주최 측의 심사평은 무엇일까 궁금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벌써 관련 사이트는 접속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부득이 한 네티즌 분이 캡쳐해놓으신 부분을 인용했습니다.

개별 작품을 찾지 못했지만 대상을 받은 작품은 아주 작은 이미지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지난해 출산장려 포스터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홈페이지에 올린 대상 작품입니다. 이 작품 역시 자녀의 '수'에 대한 이미지를 형상화한 걸로 생각됩니다.

한국 생산성 본부는 '저출산 극복, 제3회 GTQ 포스터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부제로 '출산장려정책활성화, 대한민국 선진화의 지름길'이라는 부제도 함께 걸었습니다. 개별 작품의 심사평은 게시하지 않았지만, 전체 심사평으로"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저출산극복이라는 주제가 시기적으로 아주 좋았다"고 했습니다.

SBS에 제보를 올려주신 부모님은 "외동아이를 키우는 집도 사정이 있어서 그렇고, 국가에서 정책 잘해서 출산 장려 잘 시켜야할 마당에 이렇게 외동아이들은 이렇다고 단정지어서 그린 포스터에 금상을 준게 이해가 안된다"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인터넷 블로그나 게시판에도 이 포스터를 보고 마음 아파 하시는 외둥이 부모님들이 많았는데요.

그 중에 저는 "우리 외동아이가 이 포스터를 보고 '그럼 나는 시든 잎이야?'라고 할까봐 겁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기자이기 이전에 2세 계획을 생각하고 있는 직장 여성으로서, 하나 낳아서도 잘 키우기 어려운 대한 민국의 보육현장과 교육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로서, "둘째까지 낳을 수 있을까"를 걱정하던게 죄책감 비슷한 게 느껴지게 만드는 이 포스터. 외동 아이에 대한 사회성 결여 같은 인신 공격적인 일반화에, 외둥이 부모들의 마음까지 다치게 한 이 포스터는 진정 출산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옛 성현들의 말이 떠오릅니다. 출산은 기본적으로 한 가정의 기쁨이자 행복이며 미래의 계획입니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개인이 아이를 많이 낳아줘야 한다는 '국가주의' 전제가 깔린 이 포스터를 보면서, 우리나라 출산 정책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해졌습니다. 출산의 진정한 기쁨에 대한, 새 생명 탄생의 경외에 대한, 인간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얘기하는 정책은 요원한 걸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정혜진 기자 hj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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