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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4년전 "다문화 완전실패"..지금은 "다양성 존중"

입력 2015. 01. 13. 23:25 수정 2015. 01. 1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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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이슬람 극단주의의 프랑스 파리 테러로 반(反)이슬람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언급 가운데 독일 언론에서 가장 많이 취급하는 포인트는 '공존하자!'이다.

이슬람 극단세력 배격과 반테러 기치에는 앞장서지만, 평범한 이슬람인을 포함한 다양한 이민자들이 함께하는 독일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무지개 같은 다양성 존중 사회를 강조하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 수위는 최근 들어 날로 분명해 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녀는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반이슬람화 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던 작년 12월 12일(현지시간) "독일에선 무슬림이나 다른 소수자에 대한 증오가 설 땅이 없다"며 결기를 보였다.

자신이 속한 기독교민주당(CDU)의 바이에른주 자매정당인 기독교사회당(CSU) 전당대회 연설에서다.

그녀는 며칠 뒤에는 "반이민자 정서가 자칫 선동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작년 말 공개된 올해 신년사에선 반이슬람화 운동 주도 세력에 "마음속에 편견, 냉담, 증오를 지녔다"며 이들의 집회에 참여하지 말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2일 독일을 방문한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을 만나고 나서 "이슬람인도 독일의 일부"라며 "독일은 이슬람뿐 아니라 어떤 종교를 가진 이들과도 평화 공존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 발언과 함께 13일 독일 내 이슬람 단체가 주관하는 브란덴부르크문 앞 '관용'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그녀는 그러나 4년여 전인 2010년 10월 16일 포츠담에서 열린 CDU 청년당원 대상 연설에서는 "다문화 사회를 건설해 함께 어울려 공존하자는 접근법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해 일대 논란을 일으켰다.

그녀는 나아가 이주민들이 독일어를 배워야 하며 독일 문화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기독교적 가치도 받아들여야 한다고까지 했다.

지난해 말 CSU가 이민자들의 가정 내 독일어 사용 의무화를 거론해 비웃음을 산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메르켈 총리의 태도가 이렇게 변한 데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가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측면을 보면 당시는 독일을 위시한 유럽이 경제위기의 한복판에 있던 때였다. 경제침체로 모두가 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다시 내기 시작하는 요즘이지만 경제 사정이 나아진 독일만을 놓고 보면 상황이 크게 달랐다. 이를 두고 '이민자 때문에 더 그렇다'는 논리는 당시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나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 모두 다문화 실패를 합창했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분류되는 독일의 경제는 이민자 유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잇따르며 메르켈 총리를 위시한 독일 주류 사회의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이민자 탓에 일자리가 없어 못 살겠다는 쪽보다는 일 할 사람이 없이 경제가 무너진다는 논거가 뒤따른다.

독일 정부에 자문하는 ifo 경제연구소의 한스-베르너 진 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1964∼65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연금생활자로 대부분 편입될 것"이라며 독일이 연금 붕괴를 막고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이민자 3천200만 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호정 선임연구원은 작년 5월 발표한 '초고령 사회, 독일의 경쟁력 유지 비결 보고서'에서 독일 고용률은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14% 이상) 기간 64.9%에서 초고령 사회 기간 71.7%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2010년 기준 총인구의 13%를 넘어선 이민자 비중도 생산 가능 인구 유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작년 초에는 독일 경제가 '빈곤 이민' 우려 대상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이민자들로부터 혜택을 입고 있다는 독일 쾰른 IW 연구소의 발표도 있었다. 미하엘 휴터 IW 경제연구소장은 "전체적인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독일의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외국인들의 이주는 전문인력 부족을 완화할 중요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정치를 한다는 비아냥거림도 듣는 메르켈 총리로서는 지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맙의 여론조사 결과에도 관심을 뒀을법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민자 수용 태도와 관련해 이민을 더 받아야 한다는 쪽은 30%, 덜 받아야 한다는 의견은 21%, 현 수준 찬성은 43%였다. 독일은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20만 명 규모의 이민 유입을 예상한다.

크게 바뀐 정치환경도 메르켈의 태도 변화를 이끈 요인이다. 4년여 전 메르켈의 CDU는 친기업 우파 정당인 자유민주당(FDP)을 연정 파트너로 삼았지만, 지금은 이민 수용에 관대한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SPD)과 함께 대연정을 가동 중이다.

반(反)유로 정당으로서 반이슬람 운동을 일부 지원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같은 정당의 등장(2013년)과 지지세 확장도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우파 정당이지만 유로 사용을 반대하고 유럽의 통합 심화를 거부하는 AFD를 견제하지 않고서는 CDU 지지층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반이슬람 운동의 조직화는 이미 독일 사회의 분명한 한 부문을 이루는 터키계 등 이슬람 시민세력의 이반으로 이어져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8천100만 명가량의 인구를 가진 독일에는 400만 명 정도의 이슬람인들이 살고 있고, 그 중 대다수는 터키 출신이기 때문이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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