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때린 교사, 인터넷으로 자격증 땄다

신성식 2015. 1. 1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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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은행제 51학점만 따면 '2급'취득 후에도 인성 검증과정 없어어린이집 보육교사 양성과정 허점연 10조원으로 예산 늘어나자영세 민간시설도 뛰어들어 사고

15일 오후 3시 강모(35·여)씨는 3살 난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굳게 닫힌 어린이집을 쳐다봤다. 보육교사가 아이를 폭행한 인천의 어린이집이다. 강씨 딸의 담임은 문제의 양모(33) 교사가 아니다. 강씨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본 뒤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나 며칠째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이 동네만 해도 어린이집은 22곳이나 된다. 단지 입주가 시작된 2011년부터 줄줄이 생겼다. 정부가 보육에 재정을 쏟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때부터 어린이집이 크게 늘었다. 2012년 0~2세와 5세 무상보육, 2013년 0~5세 무상보육(양육)으로 복지가 확대된 덕분이다.

 정치권의 '무상복지' 바람을 타고 빛의 속도로 어린이집이 늘어났다. 무상보육이 확대되자 가정에서 키우던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쏟아졌다. 2008년 이후 영세한 가정어린이집이 7793개 늘어나는 등 1만여 개의 민간어린이집이 생겼다. 국·공립 시설은 663개밖에 늘지 않았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는 이런 확대 일변도의 복지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복지부와 중앙아동학대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집 아동 학대는 265건으로 2013년(232건)에 비해 14.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0~2세 무상보육이 시작된 2012년 이후 3년간 632건의 학대가 발생했다. 한 해에 약 5조원(지방비 포함하면 10조원)을 쓰며 무상보육을 하는데도 아동 학대가 되레 늘어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집이 많아지면서 교사들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고졸 이상의 학력자가 사이버대학의 인터넷 수업만으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딴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원장과 보육교사 등 사람이 보육의 질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복지법인 큰하늘어린이집 이은경 대표(『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의 저자)는 "너무 쉽게 보육교사가 된다. 짧은 기간에 보육교사를 양성하면서 자질 검증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여주대 보육과 교수는 특히 "학점은행제로 취득하는 2급 자격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졸 이상이 사이버대학이나 평생교육원에서 51학점을 이수하면 이 자격증이 나온다. 자격증 시험도 없다. 실무 교육은 3학점짜리 현장실습 과목 하나다. 이 교수는 "수업에 열중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마우스만 클릭하면 그만"이라며 "자격이나 인격이 의심스러워도 이렇게 자격증을 딴다"고 말한다.

 문제의 송도 어린이집 양 교사도 학점은행제로 2급 자격증을 땄다가 현장 경험을 더해 1급이 됐다. 지난해 전체 2급 신규 자격증 취득자의 58.2%(4만1183명)가 학점은행 방식으로 보육교사가 됐다. 취득 후 교사의 인성을 검증해 문제 교사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이은경 대표는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 과정이나 취득 후 교육에서 인성을 검증하는 프로그램이 없다"며 "검증 안 된 교사들이 분노 조절을 못해 아동학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금처럼 예산을 보육료에 집중하는 한 보육의 질을 높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화정 중앙아동학대보호전문기관 관장은 "보육교사 보수교육에서 아동 발달이나 심리, 아동 학대 예방 관련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정 교수는 "학점은행제 교과과정의 50% 이상을 오프라인으로 받게 하고 실습을 받게 하자"고 제안했다.

신성식·박현영·최모란·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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