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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보육교사 아동학대에 원장·동료들 입 다물면 은폐 무방비

손현성 입력 2015. 01. 17. 04:46 수정 2015. 01. 17.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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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폭행 파문] 악순환 현실 막으려면

학대 징후 가장 먼저 알 수 있어, 신고 시스템 갖추는 게 핵심 열쇠

교사 자격증 취득 쉬워 매년 만명꼴, 추석·실습 관리 더 깐깐해져야

자기 표현이 서툰 아동에 대한 학대는 사회적으로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육교사에게 법으로 아동학대 신고의무를 지우는 이유다. 하지만 인천 어린이집 사건처럼 보육교사 자신이 가해자일 경우 아이들은 고스란히 학대에 노출된다. 보육교사의 자질을 검증해 문턱을 높이고, 동료 교사의 학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교육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정부가 16일 '1회 학대시 즉시 폐쇄'와 같은 강력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학대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고의무자가 학대하는 현실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난 인천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4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폭행 장면을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폭행한) 양 교사가 고성을 지르기에 만류하고 원장에게 건의했다"고 진술했다. 원장은 양 교사에게 구두경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에서의 학대 징후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동료교사와 원장이다. 이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어린이집 학대를 막을 수 있는 핵심 열쇠다. 같은 식구라는 인정에 휘둘리거나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동료의 학대에 침묵하는 일이 없도록 교사들을 정기적으로 교육해야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모든 어린이집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교육 이수 여부를 정보공시 의무항목에 추가하고 인ㆍ적성 검사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현장에서 실효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동학대예방사업의 세부 예산안을 들여다 보면 학대예방 교육 예산은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가 학대예방교육을 받도록 법에서 강제되지도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6월 신고의무자 학대예방교육 이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국회 통과되지 않았다"며 "폐쇄 등 처벌 강화도 효과를 볼 순 있겠지만 교육을 통한 '예방'이 필수"라고 말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된 뒤인 10~12월 '신고의무자 아동학대의심사례 신고접수 현황'을 보면,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의 신고는 82건(유치원교사 19건 포함)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59건)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어린이집 안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인식도 자리잡아야 한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기관장은 "아동학대가 매년 사회적으로 파장을 낳지만 현재 영유아보육법 안에 어린이집 체벌 금지 규정은 없다"며 "체벌은 학대라는 개념을 적극 알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아쉬운 대로 교사에 대한 보수교육 강화에 나선다고 한다. 3년 주기 40시간(승급시 80시간) 보수교육 이수 과정에서 아동학대예방과 인성교육 교과목을 넣겠다는 방침이다.

보육교사 자격 문턱 낮아

유치원 교사는 유아교육학 등을 전공해야 자격을 얻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보육교사교육원과 사이버대학, 학점은행 교육기관 등에서 보다 손쉽게 자격증을 딸 수 있다. 때문에 아동의 특성과 육아 발달과정 이해 등에 대한 전문성과 인성 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거듭 나온다. 인천 어린이집 학대가해자 양모(33) 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사이버대학에서 1년 6개월을 공부해 2급 자격증을 따고 어린이집에서 3년 이상 근무해 1급으로 승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해 보육교사교육원 등에서 돈을 받고 교사 자격증을 허위로 발급해주는 사례도 벌어진다. 김해보육교사교육원은 2013년 5월 1인당 200만~300만원을 받고 16명에게 허위 수료증을 줘 3급 자격증을 따게 해줬다. 전국 68곳 보육교사교육원의 3급 자격 발급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2013년 7월까지 3만7,748건이 발급돼 전체 38만7,000여명 교사의 10분의 1을 쏟아냈다. 정부의 무상보육 확대로 보육교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매년 1만명꼴로 3급 교사가 나와 3년 뒤 1급 교사가 된다. 하지만 출석과 실습관리를 감독할 지자체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어린이집 학대 문제는 보육교사가 되는 진입 장벽이 낮아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교사가 된 이들에 대해서는 영유아 발달과정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 보수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날 사이버대 등을 통한 1년짜리 3급 자격 취득을 제한해 신규배출을 막고 단계적으로 자격취득을 없애는 방안을 제시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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