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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대박' 외치더니.."이젠 자원외교 아닌 농업 협력"

입력 2015. 01. 19. 08:50 수정 2015. 01. 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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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탐사 기획/MB '31조 자원 외교' 대해부] 볼리비아 '우유니' 자원개발 현장

이상득이 공들인 사업

볼리비아 정부는 "안된다고 했다"

펑퍼짐한 겹치마에 동그란 중절모를 얹어 쓴 여성들, 해발 3500m에 자리한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거리 어디에서나 전통 복장을 한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손진후 볼리비아 한인회장은 "정부의 진흥책으로 전통 복장을 한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에는 나라 이름도 '볼리비아 공화국'에서 '볼리비아 다민족국가'로 바뀌었다. 다양한 원주민의 정체성을 존중한다는 뜻이 담겼다.

이상득 전 의원의 '남미 자원외교 루트'를 쫓아 지난달 3일 낯선 이곳 볼리비아에 도착했다. 그는 2009년 8월 이래 3년 동안 무려 6차례나 이 나라를 방문했다. 자원외교 대상국 가운데서도 유독 볼리비아에 정성을 쏟은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한 번쯤 가봐야 한다는 관광지로도 유명한 우유니 사막의 지하 소금물에 녹아 있는 리튬 확보를 위해서였다. 이곳엔 세계 매장량의 절반이 넘는 리튬이 묻혀 있다. 이 전 의원은 2011년 7월 볼리비아와 리튬전지 양극재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는 "3년 뒤 현지에서 리튬 추출·생산·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로 친환경 전기자동차가 주목받으면서, 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 확보에 한창 관심이 높던 때였다.

그러나 3년이 흐른 지금 떠들썩하던 볼리비아와의 리튬 협력은 한국은 물론 볼리비아 현지에서조차 자취를 찾기 어려웠다. 한국 쪽 컨소시엄을 주도한 포스코는 2013년 현지 담당자를 보냈다가 지난해 3월 철수시켰다. 사업 초반부터 이 전 의원과 함께 뛰었던 광물자원공사는 현지에 담당자를 파견조차 한 적이 없다. 2009년 초 '자원 대사관'으로 문을 연 볼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도 "이제는 자원외교가 중심이 아니다. 농업 협력 등 공공외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형님을 내세워 리튬을 금세 손에 쥘 수 있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이명박 정부와 달리, 애초부터 볼리비아 쪽은 리튬을 쉽게 내줄 수 없다는 태도를 한결같이 유지했다. 2006년 원주민 최초로 대통령이 된 에보 모랄레스는 자원에 대해 자주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당선되던 해 '탄화수소(석유·가스) 국유화'를 단행한 데 이어, 2010년에는 '볼리비아 증발자원(리튬) 산업화에 대한 국가 전략'을 내놨다. 배터리 생산 단계에는 외국의 참여를 허용하지만, 소금물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핵심 과정만큼은 볼리비아가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의원과 광물공사는 이런 흐름을 무시한 채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를 맺고선 마치 대단한 성과를 낸 것처럼 선전했다. 알베르토 에차수 볼리비아 증발자원총국장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리튬 추출·생산 단계에 참여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5년 전부터 물어왔는데, 우리는 백번 넘게 안 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볼리비아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우유니 리튬 사업에 초기부터 참여해온 볼리비아 동포 정기태 켐볼 사장은 "정부와 광물공사의 오락가락한 태도 때문에 상황이 더 나빠졌다"며 "(해외자원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백년지대계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파스/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주요 협업: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박현숙 비서관),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서준섭 보좌관)

도움: 고기영 한신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김형민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 숀 라이리 전 캐나다 RCI 부사장, 한병도 전 의원,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백문영 보좌관,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 김진욱 비서관, 홍영표 의원실 장철민 비서관, 부좌현 의원실 홍창훈 비서관, 김현 의원실 최일곤 보좌관, 전정희 의원실 김보람 비서관, 한정애 의원실 조선옥 보좌관

*이밖에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으나, 실명을 밝힐 수 없어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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