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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된 기분"..고개숙인 보육교사들

차성민 입력 2015. 01. 20. 17:10 수정 2015. 01. 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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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차성민 기자 = "정말이지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

인천 남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미선(가명·29)씨는 20일 출근을 하자마자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최근 '원아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일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다 주는 학부모를 만날 때도 괜히 미안해져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고 했다.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폭행을 일삼는 행위 자체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같은 묶음으로 싸잡아 보는 사회의 시선은 참을수 없다고도 했다.

김씨의 하루 노동 시간은 10시간에서 12시간에 달한다. 그렇게 한달을 일하면, 월급으로 130만원을 받는다.

이처럼 강도 높은 업무를 마치고 나면 파김치가 된 몸으로 퇴근을 한다.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은 것도 수십번이다.

이런 상황을 학부모가 모를리 없다.

아이 한명을 키우는 것도 힘든데, 여러명의 아이들과 하루종일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열린 '원아폭행' 규탄 집회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 선생님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터진 원아폭행에 보육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다수의 아이들을 대하는 보육교사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수의 학부모들도 이런 상황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인천 연수구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윤수진(39)씨도 "최근 원아폭행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내 아이를 맡고 있는 보육교사는 언제나 해맑게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고, 아이도 선생님을 따른다. 보육교사를 싸잡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학부모 김미경(36)씨도 "문제는 보육에 대해서 공교육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아니겠냐"며 "초등학교 이전 교육이 더 중요한데,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임금체계가 차이가 나고, 학부모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에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학부모 최미선(40)씨도 "정부에서는 땜질식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원생 폭행 사건이 하루 이틀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논란이 잠잠해 지면 또 보육교사만 처벌하고 넘어 갈 것이 뻔하다. 문제는 근본적 시스템 개조"라고 했다.

학부모와 보육교사들이 '원아폭행' 사건을 놓고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정부는 어린이집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어린이집 아동 폭력 근절대책'을 내놨지만, 대책이 적발과 처벌에만 방점을 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원아폭행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sm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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